"그림만 그리고 살 수 있을 때가 언제 올지 모르겠어요. 그나마 올해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7기 입주작가로 선정되고, 모교인 인천대 강사 일을 맡으면서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 다행이죠."

2011년 인천대 일반대학원을 졸업해 전업작가의 길을 걸어온 화가 손승범<사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건넨 말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상인천중·대건고를 졸업하고 인천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해 오로지 창작에만 전념하며 지역을 떠나 본 적이 없는 그가 던진 말이기에 마음이 무겁다.

"올해로 31살, 4번의 개인전을 열고 30여 회 단체전에 참여했지만 팔린 작품이 많지 않아요. 물론 제 그림이 일반 가정에서 소장하기에는 좀 무거운 탓도 있긴 해요."

곧 기성세대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일침들이 이어졌다.

"현대사회의 혼돈과 갈등에 대한 물음들을 담은 제 작품들이 거북하고 불편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거라 봅니다. 서커스와 마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주로 전시했는데,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도 무대 위에 올려지는 광대의 공연처럼 가식적으로 보는 저의 시각을 작품화한 것이죠."

최근의 작품활동에 대해 물었다. "요새는 주위에 있는 것 중 사라지거나 변질되는 현상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신의 존재에 대해 눈길을 돌려 종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그리고 있는 중입니다."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7기 입주작가로 선정되며 달라진 변화가 궁금했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레지던스 공간 등을 지원해 줘 이전처럼 창작스튜디오를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지 않아도 돼 부담이 적어졌죠. 그동안 들어간 월세 부담이 장난 아니었거든요."

또 인천아트플랫폼이 입주작가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줘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레지던스 공간에서 활동하는 가장 좋은 점 하나를 꼽아 달라는 부탁에 주저없이 ‘아트플랫폼 살롱’이라고 답했다.

"입주작가들이 모여 대화하고 교류하는 시간이에요. 작품 발표회 등을 통해 서로 배우고, 창작 고민을 다양한 유형의 예술가들과 나눌 수 있어 일석이조랍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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