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진리선착장에 들어선 ‘나그네의 섬’ 농수산물 판매장에서 주민들이 다음 배편을 타고 입도할 행락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 7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진리선착장에 들어선 ‘나그네의 섬’ 농수산물 판매장에서 주민들이 다음 배편을 타고 입도할 행락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인천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나그네의 섬 덕적도. 예로부터 물이 깊은 바다에 있는 섬이란 뜻에서 ‘큰물섬’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곳을 중간 기착지로 삼는 여행객이 늘면서 ‘나그네의 섬’으로 더 알려져 있다.

최근 이곳에 또 하나의 명소가 생겼다. 이 섬에서 나는 특산물만을 파는 장터가 들어선 것이다. 나그네 섬 장터는 매 주말 이곳을 거쳐 문갑도와 굴업도·백아도·지도·울도 등을 향하는 여행객의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특히 이곳 장이 의미 있는 것은 그동안 섬 주변을 둘러싼 개발과 보존 논리에 반목해 오던 덕적도와 부속해 있는 소야도 주민들이 하나가 돼 장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남편을 따라 이 섬에 정착한 이현주(47)씨의 제안으로 마을 부녀회가 나서 지난해 4월 정부지원금까지 받아내 선착장 한쪽에 방치돼 있던 주차장 부지를 장터로 꾸몄다.

그동안 배가 닿을 때마다 선착장 맨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도 감수해야 했던 마을 주민들은 물론 이 섬을 찾는 행락객도 반기는 모양새다.

지금은 덕적도에서 7~8명의 노인과 소야도 주민 4~5명이 빠지지 않고 매주 장터에 나와 손님을 맞는다. 내륙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지장가리와 박나물, 방풍나물 장아찌와 함께 말린 우럭과 간재미는 나그네 섬 장터의 최고 인기 품목이다.




지난 7일 인천 연안부두를 떠난 배가 한 무리의 여행객을 이곳 섬에 내려놓자 덕적군도 5개 섬을 돌던 배가 선착장에 닿았다. 여행객이 들고 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상인들은 마치 멀리서 고향을 찾은 자식들에게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싸 주듯 보따리를 안겼다.

둥굴레와 돼지감자를 캐 온 전가복(70)씨는 "주말이면 그래도 20만~30만 원 돈벌이가 된다"며 "늦게 배운 도둑질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하더니 요즘은 주말에 장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소야도에서 생선 말린 것과 말린 고둥·소라 등을 가져온 김은아(39)씨는 "요즘 주말이면 인천에서 배가 4번 오는 데, 아직 마지막 배가 오지 않아 정확히 얼마를 팔았는지 정산해 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100만 원은 번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현주 씨는 "덕적과 소야도는 엎어지면 코 닿을 지근거리에 있지만 오랜 세월 주민들 간 반목과 대립을 반복하면서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장터 운영으로 주민 소득이 늘어난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주민들이 다시 형님·동생 하며 친해진 것이 무엇보다 값진 소득이다"라고 말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