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그림을 시작한 거예요. 20년 가까이 그림에 몰두해 오며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올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 좋았죠."

전 인천시 부평구의원에서 예술인으로 변신한 정문희 화가<사진>의 근황이 궁금해 지난 11일 만나 봤다. 곧 6번째 개인전을 연다며 소녀처럼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2009년 제1회 개인전 ‘연꽃이야기’를 시작으로 5번의 전시를 모두 인천에서 열었는데 처음으로 서울에 서는 무대로 2년을 공들여 모든 것을 쏟아낸 전시랍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 있는 ‘갤러리 31’에서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6회 개인전 ‘맑고 향기로운 여정’의 주제 역시 꽃이다. ‘꽃무늬’가 별명일 정도로 꽃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여전했다.

인천시여자테니스연맹 회장에서 지방의회 정치인으로의 화려한 변신, 이어 서양화가로의 또 다른 변신에 이어 작가로서 이번에 새로운 변화를 선보인다.

"이전 그림들이 수채화 중심으로 한 구상 작품이었다면 이번엔 추상과 구상의 이중적인 성격을 동시에 표현한 아크릴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화제를 돌려 계속된 깜짝 변신의 이유에 대해 물었다.

"지방의회 활동과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며 첫 개인전을 준비할 때 6개월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벅차고 힘겨웠죠.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매우 행복해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바로 평온함을 얻는 시간이자 명상의 기회 그 자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에서 미국 오리건주정부 대표를 맡고 있는 남편을 따라 미국의 한 농장을 방문한 것이 제 인생을 바꿔 놓았죠. 60살에 그림을 시작했다는 80살 주인 할머니의 작품들이 온통 집안을 장식해 마치 미술관이 연상될 정도였는데 정말 아름답게 보였어요. 운동(테니스)과 정치 활동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자연과 사람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이라는 이상향을 떠올리게 한 순간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죠."

먼저 시작했다고 훌륭한 작품을 만든다는 보장이 없는 게 예술계다. 예술적인 감성과 노력에 따라 늦은 출발이라는 편견을 깰 수도 있다.

화가 정문희는 인터뷰 말미에 "그림을 통해 무한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며 그림의 매력에 대한 정답과 함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나이는 문제가 안 된다"며 늘 새롭게 도전하는 그의 열정을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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