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대통령 탄핵정국이 갈수록 국제문제화하고 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 측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국제사회에서 좌파진영을 중심으로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쿠바가 국제사회에서 '반 테메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쿠바 정부가 10여 개 국제기구에 보낸 이메일을 입수했다며, 쿠바가 브라질에서 벌어지는 탄핵을 쿠데타에 비유하며 국제사회에서 반 테메르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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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세프 대통령(왼쪽)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쿠바 정부는 15일 자로 보낸 이메일을 통해 브라질에서 의회·사법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으며, 테메르가 거대 보수언론과 제국주의를 등에 업고 정권을 찬탈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쿠바 정부는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적십자사(ICRC), 유엔난민기구(UNHCR),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UNEP), 이슬람협력기구(OIC) 등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브라질 외교부는 지난주 세계 각국의 외교부에 보낸 성명에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 추진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정부 교체는 의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중남미 지역에서 호세프 탄핵은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칠레, 우루과이 등 중남미 8개국 좌파 정권들은 호세프 탄핵 추진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탄핵심판은 브라질 사상 첫 여성대통령인 호세프에 대한 완전히 불공정한 행위"라며 브라질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

엘살바도르의 살바도르 산체스 세렌 대통령도 호세프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며 브라질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에르네스토 삼페르 남미국가연합 사무총장[출처: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앞서 남미국가연합의 에르네스토 삼페르 사무총장은 "브라질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붕괴하는 상황이 조성되면"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고,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역시 브라질의 회원국 자격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소속으로 테메르 권한대행 정부에 참여한 주제 세하 외교장관은 이들 5개국이 호세프 탄핵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다며 외교관계를 재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세하 장관은 삼페르 총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세하 장관의 반응은 테메르 권한대행과 협의를 거쳐 나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앞으로 중남미 좌파 정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주제 세하 브라질 외교장관[출처: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그러나 탄핵정국을 둘러싼 여론은 테메르 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지식인 800여 명으로 이루어진 '브라질에서 벌어진 쿠데타에 반대하는 인류'는 이날 성명을 내 호세프 탄핵 추진을 "의문투성이의 부패한 의회에 의한 쿠데타 시도"로 정의했다.

이들은 또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동이 벌어지지 않도록 남미국가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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