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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영화 ‘약장수’는 2014년에 개봉,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노인문제를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속에서 우리의 노인복지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에서는 현실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도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현실의 문제를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기 때문에 영화 약장수는 흥행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해 본다. 아들딸이 못 해 주는 것을 할머니들을 위해 웃겨 드리고, 놀아 드리고, 즐겁게 해 드리고….

 영화 속에서는 약장수가 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이 우리의 어머니에게 건강식품과 건강기구를 강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루고 있다. ‘아버지이기에 아들을 연기한다’라는 영화 포스터 문구 속에서 우리의 가슴 아픈 현실을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우리의 우스갯소리 중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이고, 똑똑한 아들은 며느리 남편이고, 내 품의 아들은 고만고만한 아들’이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대다수가 공감하는 사회가 됐고, 당연히 자식은 결혼하면 부모와 별거하는 것을 일반적인 추세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식은 얼마나 자주 연락하는지 조사했더니 월 1회 이상이 77.8%(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년 자료)로 괜찮아 보이지만, 그 속내는 또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정(情)과 사람이 그립다 했다. 전화 한 통, 문자 하나 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찾아가는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 식품회사가 진행한 ‘어버이날 받기 싫은 선물’ 설문조사 내용이 재미있다. 이 설문조사에서 부모님들이 가장 받기 싫은 선물 1위로는 ‘카네이션’, 2위 사용하기 번거로운 ‘전자기기’, 3위 ‘현금’으로 나타났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드리는데 왜 그럴까 하지만, 사실은 카네이션 한 송이로 감사인사를 대신 하는 것 같아서라는 이유다.

그렇다면 현금을 드리면 좋아할 텐데. 그것은 자식의 생각이고, 현금 역시 ‘성의가 없다’는 이유를 든다. 성의가 없단다. 그럼 왜 우리가 성의 없는 아들딸이 됐는지가 본질이 되는 것이다.

그런 성의가 없다고 하는 ‘현금’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도 1위다. 그 또한 성의는 없지만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여러분이 선물한 현금이 여러분의 자녀에게 회귀하는 것을 여러분은 아시나? 할머니·할아버지는 용돈을 아껴서 여러분 자녀에게 다시 용돈을 주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나.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정책을 펼쳐야만 제대로 된 노인복지가 시현(示顯)되는 것이다. 노인수당을 주니 못 주니, 예산이 있니 없니가 본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람냄새가 나는 정(情) 프로젝트가 노인복지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효(孝)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요양병원이 늘어나고 노인복지시설이 늘어난다고 해서 노인복지가 나아지는 것이 아니고, 본질적인 문제에서 접근해야 예산이 새는 것도 막고, 사회가 건강해지고 희망이 있는 것이다. 영화 ‘약장수’ 속에서 명대사가 나온다. "너 대신 너희 부모 앞에서 재롱 떨어주고 웃게 해 주는 거 아니냐." 그렇다. 나 대신 약장수가 우리 어머니의 말벗이 돼 주고, 재롱 떨고 대신에 건강식품을 팔고 있다.

 약장수(사기꾼들)가 몰아가는 분위기에 불가항력적인 노인들, 그들이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다. 그들에게 왜 그런 상품을 사 오셨느냐고 다그치기나 했지, 마음으로 이해하려 했던가.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시간도 가지지 못한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가정의 달만이라도 ‘친필’ 편지가 받고 싶은 선물 2위라는 것도 기억하도록 하자. 우리 사회가 노인복지를 정략적으로 사용할 때마다 약장수는 계속 나오고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약장수들을 만들면 안 될까?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어머님·아버님들이 놀 수 있는 시설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노인복지, 본질을 이해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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