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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4·13 총선이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승리하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승리하고, 그리고 새누리당은 경북지역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결론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맺었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은 분열의 길로 가고 있고, 두 야당은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에서 정계 개편 시나리오를 들먹거린다. 정치인들이 문제는 경제라면서 구조조정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도 읽혀지지만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들먹거리는 정치의 앞날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옛날 말을 잘하는 지혜로운 새가 살았었다. 특별히 이 새는 왕궁으로 보내져서 임금이 직접 그 새와 함께 지내게 됐다. 너무나 말을 잘하기도 하고 아주 지혜로운 새였기에 특별히 임금은 왕비에게 그 새를 잘 보살피도록 했다. 왕비는 왕자를 생산했고, 그 새도 새끼를 낳았다. 보살핌이 극진했기에 왕자와 새끼 새가 사이좋게 지냈음은 물론이었다.

어미 새는 날마다 세상을 날아다니며 먹잇감을 물어 와서 왕자와 새끼 새에게 나눠 주며 보살폈다. 임금도 어미 새를 총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미 새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세상을 다니는 순간에 새끼 새는 왕자의 무릎 위에서 놀다가 왕자의 옷에 그만 똥을 싸고 말았다. 왕자는 화가 나 자신의 옷에 똥을 싼 새끼 새를 바닥에 팽개쳐 죽여 버렸다. 똥을 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렇게 극진하게 보살펴 오던 새끼 새는 순간에 생명을 빼앗긴 것이다.

 어미 새는 돌아와 그 끔찍한 광경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우정도, 신의도 순간의 실수로 저버리는 왕자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자비도 눈물도 없었다. 이용하고자 할 때에는 총애하는 척하지만, 순간의 실수를 하게 되면 신의도, 은혜도, 약속도, 인정도 모두 잊어버리고 내팽겨쳐지는 현실을 어미 새는 본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비위를 조금만 건드리면 하찮은 일에도 광분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복수의 칼을 들었다. 왕자의 얼굴에 달려들어 눈을 쪼아 도려낸 후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그리고 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임금에게 어미 새는 "지혜로운 사람은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 곁에는 가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충언을 하고, 국민만을 바라보며 정치를 하겠다는 유승민은 결국 이한구 공천위원장에게 칼질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칼질을 당한 유승민의 무소속 출마를 바라본 세상 민심은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가혹한 심판을 내렸다. 국민의 여론은 때론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일방향적일 때가 있기는 하다.

 사실 이 같은 감성적인 국민 여론은 국가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대통령의 언행 문제에 대한 시비로 인해 국민 여론이 이성을 잃은 채 일방향으로 쏠렸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하여 대통령과 소속을 달리하는 정당이 모든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갔었던 사실도 아울러 기억한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의 일방향성에 대해 국민의 무지의 소치로 돌려서는 안 된다. 결과는 항상 원인이 있기에 나오는 법이다. 당 태종의 언행록인 「정관정요」에서도 그 첫 번째는 백성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백성의 안녕이 국가의 기본이며 국력의 원천이다. 민생을 뒤로하고, 바른 말 잘하는 새를 총애하다가 무자비하게 내친 결과는 너무나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이 너무나 무섭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민심과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어느 정당이든지 반드시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하는 경우 당장은 달콤할 수 있다.

하지만 민생을 외면하며 권력 놀음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하려고 한다면 또다시 국민들은 그들에게 참담한 결과를 안길 것이다. 손학규와 안철수의 움직임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권력놀음에 앞장서지 말고 민생 회복에 앞장서는 정치인들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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