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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집이 있고 그곳에 주민이 살고 있으며 주민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요가 있으므로 행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업무란 법령과 예산이 아니라 주민들의 욕구에서 출발해야 하며, 주민들이 실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그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법령과 예산이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일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꿈과 미래, 불만욕구 그리고 갈등을 치유해 주기 위해 행정이 있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공무원이 있다고 본다. 법령과 예산을 창과 방패 삼아 수행하거나 준칙을 근거로 발목 잡는 틀에 박힌 행정이라면 지역 발전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

 공직자는 종이와 연필만으로 행정을 수행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주민들의 삶과 지역 발전을 위한 소신 있는 행정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해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본연의 임무가 아닌가 싶다.

 8년 전 서구 루원시티 개발사업은 인천지역 첫 원도심 재생사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인천시가 많은 관심을 갖고 세계 명품도시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다.

송도, 청라, 영종도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따른 원도심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인천 전체의 발전을 끌어올려 주민들의 삶을 한 단계 상승시키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정체가 반복돼 고속도로의 기능을 상실했고 수십 배의 건설비를 회수한 경인고속도로를 일반도로로 전환해 동서 간 단절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루원시티를 개발해 고속도로 주변의 낙후되고 50여 년간 정체된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했다.

 하지만 루원시티 개발사업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채 허허벌판으로 파헤쳐 놓고 하루 이자만 인천시가 3억 원씩 연간 1천억 원의 재정손실을 보고 있다. 그동안 사업 추진을 위해 고생했던 공직자들을 원망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가 시민들과 약속했던 만큼 이를 실천하고 관철시키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가 스스로 반문해야 할 시점이 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인천시가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한 인천시청사 신축 대상 장소를 ‘남동구 구월동’, ‘서구 루원시티’, ‘부평구’, ‘송도국제도시’ 등 4곳으로 압축, 가능성 여부 연구 결과를 빠르면 6월 중 완료하겠다는 소식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시청사 이전 기본계획은 4개 지역을 대상으로 배후인구나 교통체계, 원도심 발전 여부 등 여러 지표를 선정해 전문가의 입장에서 정치적·지역적 이해관계를 떠나 최대한 객관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청사 신축을 지역 균형발전 효과나 시민들의 접근성과 지역 개발의 시너지 효과 등을 무시한 채 100년 앞을 바라보지 않고 단지 공무원의 업무공간 확충만을 위해 할 것이 아니라 인천 미래 발전을 위해 옳은 판단을 해 주기를 바란다.

 시청사 신축은 인천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수 있고,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하는 행정수요 충족과 청사 이전의 경제적 효율성, 원도심 재개발사업의 성공적 추진은 물론 새로운 동북아시대에 걸맞은 공항과 항만 등 접근성이 뛰어난 서구 루원시티가 가장 경쟁력 있는 곳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인천시는 원도심 재개발사업으로 서구 가정동에 루원시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업이다. 하지만 개발단계에서부터 투자유치 및 예산문제로 매년 수천억 원의 재정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이곳으로 시청 이전은 루원시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고 정체된 도심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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