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레슬링 스타 헐크 호건(63)이 자신의 섹스 비디오를 공개한 가십 전문 매체 '고커 미디어'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낸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거물 벤처투자가 피터 틸(49)이 호건의 소송 비용을 대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커는 과거에 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앙심을 품은 틸이 고커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호건 측을 지원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은 25일(현지시간)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호건(본명 테리 진 볼리아)이 플로리다주 소재 법원에 낸 소송의 비용을 틸이 지원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내용은 24일 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가장 먼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틸은 호건이 법무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돕기로 동의했다. 틸 외에 다른 이들이 호건 측을 지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에서 오래 활동하며 유명해진 호건은 2007년 가장 친한 친구의 부인과 동의 하에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졌고, 고커 미디어는 당시 호건의 친구가 숨겨 놓은 카메라로 찍은 성관계 영상을 2012년에 입수해 공개했다.

호건은 고커와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닉 덴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억4천만 달러(1천653억 원)을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올해 3월에 받아냈으며, 담당 판사는 이달 25일 배심원 평결에 대한 이의제기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사실상 확정했다.

1심에서 패소한 피고 고커 미디어와 덴턴은 "언론사의 문을 닫게 만들려는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손해배상액을 줄이기 위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항소심이나 상고심 등에서 1심과 비슷한 수준으로 배상액이 확정된다면 고커는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커 미디어의 기업가치는 8천300만 달러(980억 원), 연매출은 4천870만 달러(575억 원)다. 덴턴 CEO의 개인 재산은 1억2천100만 달러(1천430억 원)이며, 1심 배상액 중 그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천만 달러(120억 원)다.

미국 언론매체들은 고커 미디어가 필화 사건에 대비해 보험을 들었으나 소용이 없게 된 경위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는 원고인 호건 측이 당초 청구 취지에 포함됐던 일부 내용을 삭제, 고커가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원고 측이 소장을 변경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거의 모든 경우 원고 측은 피고 측이 보험금을 받아 더 많은 손해배상액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호건 측의 목표가 돈을 많이 받아내는 것 자체가 아니라 고커 미디어가 아예 문을 닫게 만드는 데에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 피터 틸

이 소송에서 호건을 지원한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벤처투자가 중 한 사람이다. 페이팔 공동창립자,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자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이사회 의장, 페이스북 등기이사, 파운더스 펀드 매니징 디렉터, 와이컴비네이터 파트타임 파트너 등으로 재직중이다.

틸과 고커 미디어의 사이는 2007년 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고커가 폭로한 것을 계기로 극도로 악화했다.

틸은 2009년 공개 인터뷰에서 고커가 운영하던 실리콘밸리 관련 뉴스 사이트 '밸리왜그'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알 카에다"라며 "테러리스트의 심리를 갖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틸은 이번 사건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헐크 호건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