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삶이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고 찾지 않는 생활보다 훨씬 행복하다. 그래서 이들은 악플도 관심이라 생각하고 무관심보다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스타로 살아가는 바쁜 일상과 화려함으로 행복했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대중의 취향은 빠르게 변해 언제나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 내고 그에 열광하길 반복한다. 또는 대중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실제와는 다른 이미지로 살아가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면 스타의 모습 이면에 그림자처럼 도사리고 있는 공허함이 점점 커지게 마련이다. 그럴 때 찾게 되는 돌파구가 바로 연예인이 아닌 예술가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화려한 스타의 이미지에서 아티스트로 거듭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런 어려운 길에 직면한 왕년의 슈퍼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버드맨’이다.

 환갑을 넘긴 배우 리건 톰슨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슈퍼히어로 ‘버드맨’의 대명사다. 버드맨 3부작의 잇단 흥행으로 톱스타 대열에 합류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꿈이 있었다. 그것은 진지한 연극배우로 대중의 갈채를 받으며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 야망을 위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그는 ‘버드맨4’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후 그의 인생은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기나긴 슬럼프를 경험한 리건은 더 늦기 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브로드웨이 연극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제작자이자 연출, 각본과 주연까지 두루 섭렵한 그의 도전은 이제 개막 3일만을 남겨 두고 있는 긴장된 상황이다.

그러나 성공과 화려한 재기를 꿈꾸는 기대와는 달리 사태는 최악으로 흘러간다. 갑작스러운 주연 배우의 부상과 급하게 캐스팅된 새로운 배우와의 갈등, 극장 재정상태 악화 및 머리 아픈 가정사와 평론가의 악평 예고까지 어느 하나 쉽게 풀리는 것이 없다.

게다가 분리된 자신의 자아마저 그의 도전에 반기를 들며 사사건건 훈수를 둔다. 그리고 속삭인다. "이런 시궁창에서 뭐해, 빨리 나와. 넌 버드맨이야. 대중이 인정해 주고 원하는 모습으로 돌아가자!" 악전고투의 상황 속에서 과연 그는 비상할 수 있을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기쁨은 바로 자기 실현에 있다. 영화 ‘버드맨’의 리건은 예술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숭고한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그리고 그 패배 원인에 스스로 판 함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는 자신이 원한 진정한 배우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절대적으로 갈구하고 있었다. 리건의 자아 성취는 그 출발점부터 타인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내어준 불안한 상황이었다. 운이 좋아 실현됐다 하더라도 타인의 도움으로 성취한 성공 뒤에 오는 허무함은 피할 수 없었다.

 영화 ‘버드맨’의 주인공은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이지만, 이 영화를 보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때로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도 나의 온전한 선택이기에 앞서 타인의 인정을 전제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온전히 채워질 수 없는 성공을 향한 열망 속에서 우리는 발버둥치며 괴로워한다. 이 모든 비극을 끊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영(zero)점으로의 추락인지도 모른다. 그 무(無)의 지점이 새로운 비상을 위한 출발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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