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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순 가평군의회 의원
어린이날 연휴를 앞둔 지난 5월 4일 간만에 여유시간이 생겨 잠시 친정어머니를 뵙고자 개곡리 친정집으로 향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회오리 강풍도 노모를 걱정하는 딸의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그렇게 노모의 안녕하심을 확인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상면 율길리 한 포도농가의 비가림 하우스가 찢겨 나가고, 나무뿌리는 뽑히고, 포도 새순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 역시 과수농사를 짓고 있기에 그 상심과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우선적으로 상황 파악을 위해 부랴부랴 농업정책과로 향했다.

 이미 사무실에서는 과장님과 각 팀장님들께서 피해농가의 상황 파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농민을 위하는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표하고, 최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피해 복구를 부탁하고서 피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하니 주민 몇몇 분이 모여 계셨다. 상실감에 울고 계시는 분, 망연자실한 채 넋을 놓고 계시는 분도 계셨다. 그때까지도 계속되는 강풍에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나로서는 마음이 무거워 차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휘몰아치는 강풍을 뚫고 피해 현장을 둘러보는데 한숨만 저절로 나올 뿐이었다. 한 포도농가는 귀농 5년 차에 9천900여㎡에 약 1천100그루의 포도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제 막 4년 차에 접어들어 올해 첫 수확이 기대되는데, 지주대가 1m를 튕겨져 나갔으니 과연 포도나무가 온전하겠는가?

 나무뿌리가 흔들리고 뽑히고, 막 자란 새순은 전부 흩어져 마치 죽은 나무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포도밭, 그 포도밭은 5년 차로 새순이 어쩜 그리 예쁘게 자라 포도송이가 실하니 통통하게 잘 자랐는지, 여기는 좀 나은 편이리라. 다행히 지주대는 그대로인데, 강풍에 비닐이 찢겨지며 펄럭이는 바람에 새순이 많이 떨어져 버렸다.

 마을은 온통 찢겨진 비닐이 강풍에 도깨비처럼 이리저리 날리고 있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순간 비통함과 무력감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끝없이 긴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것만 같았던 하루의 긴 해는 어느새 어두워져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의회사무실 앞에 도착할 때까지 그 누구도 쉽게 무거운 침묵을 깨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오직 오른쪽 검지에 끼어져 있는 묵주반지의 묵주만을 돌리고 기도할 뿐이었다. ‘제발 이젠 이 바람을 멈춰 주세요!’

 이튿날 농업정책과장 및 실무 담당직원과 함께 다시 피해농가를 찾았다. 각 농가에서는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협심해 피해 복구에 전념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온 가족이 협심해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서 또 다른 희망과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나는 군청 실무담당자들과 함께 이번 강풍으로 피해를 입는 6개 읍면 전 지역을 찾아다녔다.

 지난 5월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발생한 강풍으로 인해 가평군 전체적으로 211농가에서 피해를 입었고, 주로 포도 비가림시설과 비닐하우스가 완파 또는 반파되고, 비닐이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재해 유형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지원받거나 가평군의 예비비를 통해 피해 보상금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평군에서는 신속한 대책을 수립해 피해농가를 지원하고, 조속한 시일 내 강풍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 드리며, 피해를 입은 농가에서도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 줄 것을 간곡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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