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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10년 전 근대기 인천의 모습을 모아 책을 썼다. 인천의 근대건축물을 바로 보는 시각과 관심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부족해 오류와 왜곡이 확대재생산되고 있었던 상황을 바꿔 볼 생각으로 시작한 작업이었다.

 그렇지만 당초의 의도와 달리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놓친 것도 많고, 이후에 발견된 자료에 의해 여러 가지 오류도 드러났다.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점은 인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던 자료를 찾아내 근대기 인천의 깊이가 더욱 심화되고, 영역도 확대됐다.

 최근에는 미국·일본 등 외국 정부기관과 대학 부설 연구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근대 인천의 모습을 기록한 자료를 볼 수 있게 돼 근대 인천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료에 기록된 내용을 100% 신뢰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작성자의 실수일 수도 혹은 특정한 목적에 의해 사실과 다르게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새로 발견된 내용에 현혹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냉철한 자세로 이를 해석하는 것은 연구자가 갖춰야 하는 근본이다.

 근대항만도시 인천에 세워진 건물들은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도시화 과정 속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 했다. 얼마 전부터 이를 파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일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작성한 자료와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만든 자료를 살피는 것이다. 이 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근대유산의 변천 과정과 그 안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하지만 그간의 성과를 모아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를 아우르는 기간 동안 근대건축물을 중심으로 인천에서 일어난 일들을 슬라이드를 통해 살피는 자리가 바로 오늘 개항장에 위치한 근대건축물에서 열린다.

 함께 살펴볼 슬라이드 자료에는 출입구 상부에 설치돼 건물을 아름답게 만들던 돔의 모습이 바뀌고, 많던 굴뚝이 하나만 남고 사라진 조선상업은행 인천지점 건물, 아키다 별장의 정확한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근대건축물 3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인천항을 무대로 활동했던 물류회사와 관련 건축물을 심층적으로 연구해 근대기 인천항을 상징하는 클러스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좀 더 애정을 갖고 찬찬히 살펴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사실들이 드러난다. 지난주 종영된 ‘차이나는 도올’이 인기를 끈 이유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의 웅대한 고대사를 일깨워 줬기 때문이다.

 근대기 인천의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 자료 확보를 위해 그동안 여러 차례 근대건축물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말했지만 행정당국의 반응은 여전하다. 전수조사는 그간의 연구성과를 모으는 작업이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검증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이는 인천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가치 재창조를 위해서라도 선행돼야 할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무릇 군자라면 근본적인 일에 힘써야 한다. 그동안 많은 것들이 밝혀졌지만, 근대기 인천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일제가 남긴 대표적 식민잔재 가운데 하나인 대불호텔 재현사업에 투입되는 노력만큼만 투자한다면 인천의 미래는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문화재를 돈벌이로 인식하는 관광정책과 역사문화유산은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애물단지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류와 베일에 싸인 근대기 인천의 모습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힘쓰는 성숙한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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