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사진 전용 갤러리 ‘북성동’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안갯속 길찾기’의 주인공은 사진 찍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리얼리스트로 잘 알려진 김연용(40)작가다.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가족, 바다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풀어낸 작품 38점을 선보이고 있다.

인천 서쪽바다의 작은 섬 선재도에서 5대째 살며 현재 카페 ‘바다향기’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포토에세이로 펴낸 「아버지의 바다(2003)」에 잘 나타나 있다. 선재도 대장장이였던 아버지가 당뇨병 합병증으로 실명하자 미련 없이 귀향해 아버지의 삶과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펴낸 책이다. 이 가슴 저린 사연은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 18권 90화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주제는 조금 다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버지와 지내는 동안 늘 삶의 화두였는데 아버지는 이미 고인이 되셨고 난 어느새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만큼 세월이 지났죠. 지금은 빛이 있는 곳에서 살면서도 어둠 속에 비롯되는 난관은 여전히 많다는 게 솔직한 속마음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거쳐 이제 초등학생 아들을 둔 나를 보고 주위를 둘러보고 느낀 점이 바로 ‘안갯속 길찾기’이죠."

리얼리스트답게 실재하는 대상을 끝까지 파고드는 그의 좌우명은 역시나 체 게바라의 유명한 어구인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엔 불가능한 꿈을 갖자"이다. 사진의 역사나 이론보다는 사진에 담겨진 진실을 쫓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 사진작가의 전시회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단 벌목으로 찍은 완벽한 사진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작가 양심이다.

김연용 작가는 "8년 전 떠난 아버지처럼 바다와 가족의 꿈을 지키며 그 자리, 그곳에서 선재도의 바람을 맞고 있다"며 "어느 추운 겨울, 이른 새벽 동네 사람들보다 서둘러 바다로 향했던 아버지의 눈에 맺힌 눈물이 매서운 바람 때문이 아닌 아버지 삶의 무게였듯이 삶의 바람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작가로 항상 살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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