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업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사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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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천시에서는 형편이 조금 나은 이웃이 어려운 이웃을 케어하는 사업이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살기 좋은 고장 이천을 만드는 데 발맞춰 건설업체, 단체 등이 앞장서 각자의 재능을 나눠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희망을 주고 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땀 흘려 봉사하고 이웃과 함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그런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주거 형태를 개선해 주는 이들이 있어 행복한 이천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제도권의 수급자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저런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저소득 취약계층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열악한 주거환경 등 각종 생활고에 시달려도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천시와 재능을 기부한 건설업체·단체가 손을 잡고 어려운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5년째 펼치고 있는 G-하우징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려운 이웃의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해 주는 맞춤형 주거복지 사업으로, 특히 제도권 밖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혜자들의 호응이 매우 높다.

 사업 초창기에는 초석종합건설(대표 조정민), 성민종합건설(대표 김영근), 에이스컨테이너(대표 장치석) 등 3개 업체만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의 재능기부 소식을 전해 들은 건축사협회(회장 이충희), 명서윈시스(대표 김종희), 지오(대표 김혜숙), 대영이엔지(대표 김재문), 중앙로타리클럽(회장 허장회) 등 5개 기업·단체가 동참하고 있다.

 주로 창호와 실내 인테리어 등의 재능을 갖고 있는 지오, 대영이엔지, 명서윈시스는 "건축의 한 일부분이지만 다른 업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 대표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수혜자들과 대화를 하며 낡은 주택에서 가장 열악한 ‘단열’을 책임지고 있다"며 흐뭇한 마음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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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뜻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천시가 선진 도시로 발전하는 데 기폭제가 되는 것은 물론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걸맞은 세계 속의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 사업 추진을 위해 이천시는 3월 말까지 대상자 추천을 받아 차상위, 홀몸노인, 장애인 등 주로 저소득 소외계층 중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구를 우선 선정했다. 주로 단열, 도배·장판 교체, 외벽 도색, 지붕 누수, 수세식 화장실 미설치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했던 사항을 10월까지 적극 해결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천소방서도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지원키로 하는 등 동참을 약속했으며, 특히 이천시 건축과는 2개월 동안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전 모으기 행사를 통해 희망의 전등 달아주기 운동을 벌이는 등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G-하우징 주거환경 개선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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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도시에서 이천시 설성면의 한 시골마을로 내려온 이모(87)할머니.

현장을 방문해 보니 홀로 사는 할머니의 주거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귀촌의 꿈을 안고 이천에 내려왔으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30년이 넘은 가옥에서 50㎝가 넘는 문턱을 넘나들면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간직한 집을 떠날 수 없어 낡은 가옥에서 불편을 감수하고 살 수밖에 없었다.

 성민종합건설 김영근 대표의 도움을 받아 꽃무늬 벽지로 도배하고 장판도 깔아 주며 문턱에 나무계단을 설치해 아픈 무릎을 세우며 애써 힘들이지 않고도 할머니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막상 뜯어 보니 흙벽집이라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작업이 오후 7시에 마무리되는 등 고된 하루였지만 할머니의 환한 웃음에 봉사자들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고 보람을 느꼈다.

 이에 앞선 지난해 10월 중순 지체장애 3급인 동생과 살고 있는 최모(부발읍)씨. 이들은 예전에 새마을사업으로 지어진 오래된 주택의 지붕이 새고 밖에 있는 화장실을 다니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었다.

▲ 성민종합건설이 50cm 턱을 넘어 다녀야 하는 할머니를 위해 나무계단을 설치하고 장판도 깔아 편안히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G-하우징 동참 업체인 초석종합건설 조정민 대표와 직원들은 휴일을 반납하고 직접 나서 그동안 바깥으로 출입했던 화장실을 실내에 설치하고, 주방과 보일러 등을 수리·교체해 줬다. 비록 경제적인 어려움은 해결해 주지 못했지만 따뜻한 안식처를 안겨 줬다.

 에이스컨테이너 장치석 대표는 지난해 6월 중순 설성면에 살고 있는 박모 씨 집을 방문해 그들의 주거환경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상수도가 공급됐으나 지하수를 먹고 있는 그들에게 상수도를 연결시켜 줬고, 쓰러져 가는 집을 다시 세워 줬다. 주택 기반 기초공사, 상수도 연결 작업, 지붕 처마 물받이 설치, 지붕 수리, 현관 시멘트 미장, 현관문 교체 등 새로운 집에서 새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 장치석 에이스컨테이너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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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내 사업도 어려워 거절했었어요."

 수차례 취재 요청을 거절해 우여곡절 끝에 만난 에이스컨테이너 장치석(47)대표의 첫마디다.

 장 대표는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20대 초반까지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살았다.

 5년째 G-하우징 사업은 물론 남모르게 이웃을 돕고 있는 장 대표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봉사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사를 짓다 도심으로 나온 그가 처음 선택한 직업은 용접공. 열심히 일하며 조금씩 돈이 모이자 2007년 컨테이너 수리 및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조그마한 회사를 운영하게 됐다.

 장 대표의 사정은 좋지 않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한지라 무료 봉사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하며 장 대표는 겸연쩍게 머리를 긁는다.

 그러다 장 대표는 자신들은 건축에 대해 잘 모르니 현장을 보고 설명이라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장에 갔다가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고 봉사를 결심했다.

 지난해 구제역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 수질오염이 의심되는 곳에 살고 있는 노부부가 식수로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을 봤을 때가 제일 안타까웠다고 말하는 장 대표. 그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상수도를 연결시켜 줬다는 대목에서 눈시울을 적셨다.

 "마음이 행복해서 그런지 사업도 잘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더 많은 봉사를 하겠다"고 약속하며 미소 짓는 장 대표에게서 행복한 표정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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