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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림 인천대 외래교수
1784년 1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과거 200여 년 동안 인류는 수차례의 과학혁명을 통해 생산성 증대와 부를 축적해 왔다. 증기기관의 발명에서부터 전기와 대량생산, 전자와 IT를 통한 자동생산을 거친 뒤 최근에는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테크놀로지, 3D프린팅, 인공지능 분야의 사이버 물리적인 시스템으로 4차 산업혁명은 진화·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기계는 인간에게 노동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산성을 향상시킨 순기능 역할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대량실업의 재앙을 몰고 오는 양날의 칼이 됐다.

 이러한 재앙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네드 러디드(Ned Ludid)란 영국의 젊은 직조견습공이 1779년 편직기 2대를 부순 것을 기화로 해 노동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직조기계를 부수고 공장을 불사른, 이른바 ‘러다이트운동’은 인간과 기계 간 일자리 다툼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에 불과했다.

 1983년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바실리 레온티에프는 트랙터가 말을 대신했듯이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증명하듯 오늘날 세계적으로 2억 명가량이 실업 상태이며, 이는 금융사태가 발생한 2008년보다 3천만 명이나 증가된 수치라고 통계자료는 보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자동화를 통해 더 적은 인원으로 보다 많은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냉혹한 현실은 단순반복적인 성격의 자료처리 기능과 같은 일은 컴퓨터가 대신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앞으로 살아남을 일자리는 아직까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의존하는 감성적인 성격의 일과 생산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일이라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고용구조의 소득양극화도 큰 문제다. 생산자동화는 낮은 임금의 서비스직종과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엘리트의 이중 고용구조를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간 소득 간격을 확대시켰다. 이같이 중간기술 노동자의 기능과 역할이 차츰 없어지게 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들이 축출되자 중산층 붕괴는 자연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인류가 풀어야 할 문제는 대량으로 소멸되는 일자리 회복과 계층 간의 심한 소득불균형 해소다.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소에너지 시대가 도래하게 되면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둘째, 주당 노동시간을 단축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용을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시민사회인 제3의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사회적 자산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즉, 사회적 기업과 공동체를 통해 비영리적·영리적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한편, 기술낙관론자인 에릭 브린졸프손과 앤드류 매카피 교수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조치해야 할 사항은 무인자동차나 우버와 같은 일자리 파괴기술에 대해 법과 제도로 제한을 가해야 하며, 둘째로 창조적인 교육 개혁과 기업정신을 고무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인프라와 기초연구에 투자해 고용을 확대할 것, 셋째 기술혁신자들이 인간의 노동을 전제로 기술 개발을 하도록 금융 지원과 보상을 제공하도록 제안했다.

 또한 향후의 경제정책 논의의 초점은 노동 경감이 전제된 새로운 경제체제에서 바람직한 사회모델 구축 방법론에 맞춰져야 하며, 경제주체들이 공정하게 부를 공유하는 방법을 찾는 데 모아져야 한다. 다시 말해 현대자본주의의 장점인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은 유지하고 창의와 노력은 보상하되, 높은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향후의 경제정책이 집중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나라들이 불확실한 노동의 미래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할 때 우리 정부와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높은 실업률과 세금, 복지시스템, 경기 침체를 지속시키는 복잡한 규제체제의 고착화에서 당리당략과 이념논쟁에 빠져 있지 않은지? 우리 교육시스템은 이러한 산업혁명 시대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도록 작동하고 있는지? 다음 세대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 우리에게 있는지?

 인공지능과 슈퍼지능의 놀라운 신세계가 물밀 듯 다가오는데 한가하게 ‘러다이트운동’으로 눈을 가리며 새로운 물결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에서 기술과 노동 현장 그리고 연구소와 정책입안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 분야를 통해 지혜를 모으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 거대한 변화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청년들에게 이 땅을 당당하게 살아갈 희망을 하루빨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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