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jpg
▲ 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
교육부가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강제전학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작업에 착수해 이르면 9월부터 형사상 범죄에 준하는 교권침해 행동을 한 학생은 강제전학 조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한다.

 현행 시행령으로는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생은 심각한 교권침해 행위를 반복해도 출석정지 처분까지만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중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강제전학 당한 학생이 강남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불복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교육 관련 법규에 학교 폭력을 한 학생을 강제전학을 시키는 규정은 있지만, 교권 침해를 이유로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규정은 없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최근 우리 사회의 교권침해 사례는 도를 넘어선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부가 제출한 교권침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최근 3년간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총 1만3천29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폭언이나 욕설이 8천415건(64.6%)으로 가장 많았고, 수업진행방해 2천563건(19.7%), 폭행 240건(1.8%), 교사성희롱 249건(1.9%), 기타 1천318건(10.1%) 순이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도 244건(1.9%)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히 교사폭행과 성희롱 교권침해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교사의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많은 사건들이 숨겨지고 있는 현상을 감안하면, 교권침해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전남의 섬마을에서 학부모를 비롯한 동네 주민 3명에 의한 20대 여교사 성폭행 사건까지 발생해 교권 추락에 대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자료를 요구한 국회의원은 ‘정부는 더는 교권이 무너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교사들을 존경하는 교육풍토와 교육당사자인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행복한 교실이 조성되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나 정부가 교권침해에 관심을 가져준 것은 교육계의 한사람으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법령과 제도개선으로 교권이 바로 서고, 교사 존경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문화나 관습이란 제도나 통제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교권 추락의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진단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물질만능주의 문화와 교사 경시 풍토, 부모의 과잉보호, 일부 교사들의 품위손상 행위, 입시위주 교육방식, 경직된 학교운영, 교사의 과중한 업무, 청소년들의 윤리의식 부재와 개인주의 풍토, 가정교육 부재,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교사들도 전문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 품위 유지, 가정과 협력적인 연계교육 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것은, 사회 지도층들의 교사 존중 풍토이다.

중국 철학 발전의 획기적 계기를 제공한 순자는 법행편에서 용서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有君不能事(유군불능사) 有臣而求其使(유신이구기사) : 윗사람이 있는데 잘 섬기지 않으면서, 아랫사람을 두면 그를 부리려고 하는 것, 有親不能報(유친불능보) 有子而求其孝(유자이구기효) : 어버이가 있는데 잘 봉양하지 않으면서, 자식을 두면 효도하기를 바라는 것, 有兄不能敬(유형불능경) 有弟而求其聽令(유제이구기청령) : 형이 있는데 공경하지 않으면서, 동생을 두면 자신의 말을 잘 듣기를 바라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자신은 섬기기 않으면서 부리려 하고, 봉양하지 않으면서 효도를 바라고, 스스로 공경하지 않으면서 순종을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하고 어리석은 기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사회 지도층들은 무분별한 대중의 욕망과 인기 영합에 급급할 뿐, 미래지향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교권확립과 교사 존중은 안중에도 없다. 교육은 현재를 위한 단기적 투자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와 후손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인 것이다.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교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교원들의 사명감 제고와 더불어, 사회 지도층들이 솔선수범하여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