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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민 여주교육지원청 교육장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어린 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물어보면 대부분 ‘Everything is going to be OK(다 괜찮을 거야)’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니 제일 많이 들은 말은 ‘공부 열심히 해라’였다고 한다. ‘다 괜찮을 거야’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이고, ‘공부 열심히 해라’는 학습을 독려하는 말이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과 학습을 독려하는 것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까?

 자존감(self-esteem)은 자아존중감의 줄임말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힘이요, 자신이 자랑스러운 사람이라는 믿음이며, 언제나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다. 흔히 말하길 성공과 실패는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는데 어떤 마음을 먹을지를 명령하는 내 안의 명령자가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인정할 줄 알고, 용서할 줄도 알며, 실패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학습능력, 인간관계능력, 문제해결능력, 위기극복능력, 과제수행력, 학업성취도, 리더십 등 다양한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다.

 반면에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쉽게 좌절하고, 인내심이 부족하고, 충동적이고 집중력이 낮으며 우울감과 열등감이 있다. 매사가 부정적이어서 ‘나는 노력해 봤자 안 될 거야’,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등의 언어를 자주 사용한다.

 자존감에는 외적 자존감과 내적 자존감이 있다. 외적 자존감은 부모, 교사, 또래와 같이 아이에게 중요한 타인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준다고 느낄 때 생겨나는 것으로 ‘사회적 수용’, ‘자기 가치감’에 바탕을 둔다. 내적 자존감은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나는 뭐든지 잘 할 수 있어’라는 느낌으로 ‘유능감’, ‘자신감’에 바탕을 둔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중요한 타인들로부터 느끼는 외적 자존감에다 자신이 학업, 운동, 사회성 등에서 느끼는 유능감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즉 내적 자존감을 통합시킨다. 아이들의 외적 자존감과 내적 자존감은 상호의존적이며 양자 모두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어서 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문제가 있을 때 자존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자존감은 학교교육의 키워드가 돼야 한다. 자존감은 학습능력의 원천이며 높은 자존감이 학습능력을 높인다. 학생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영양가 있는 음식이 필요하듯이 자존감 역시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자존감을 높여 학업을 잘 이행하기 위해서는 잘 하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칭찬해 줘야 한다. 칭찬을 할 때에는 타고난 자질에 대한 칭찬보다는 힘들지만 참고 끝까지 하려고 애쓴 점, 혼자 하려고 노력한 점 등을 칭찬해 주어야 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지만 그 중에서 극히 일부만 성공하는 경쟁중심의 우리 교육은 한마디로 비정상적이다.

 그러나 비정상적 교육시스템 속에서도 학생을 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 명의 어른(one caring adult)만 있으면 그 학생은 변할 수 있는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0순위의 사람이 바로 교사이다. 교사는 학생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영향력을 지녔다.

 교사의 역할은 쓰러진 학생을 일으켜 주는 것이 아니라 쓰러진 아이가 자존감이라는 기둥을 붙들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다.

 성장기의 높은 자존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무한대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하게 해주며, 궁극적으로는 삶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준다. 학생의 미래는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교육은 학생의 자존감을 높여 학습능력을 높여주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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