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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

 당시 유가족 등 사고 관계자들이 느꼈을 고통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지만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노력한 안산지역의 장례업체가 있어 화제가 됐다. 바로 안산시 상록구 일동 649번지에 위치한 ‘안산 제일장례식장’이다.

 지난 2011년부터 안산 제일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일도(61) 대표는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날부터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50여 명의 장례를 치르면서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며 그들과 아픔을 함께했으며,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50여 명이 그가 운영하는 장례식장에서 수의를 입었다. 당시 박 대표는 수익금 5천만 원을 단원고에 기탁했다.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계속 공부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써 달라는 것이 박 대표의 기부 조건이었다.

 박 대표는 당시 가족을 달래느라 건물 모퉁이에 숨어서 몰래 우는 아버지의 뒷모습과 하루 종일 영정 속 오빠를 부르며 울던 초등학생의 모습을 보며 이런 장례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웠다고 했다.

 또 그해 말, 박 대표는 지역의 5개 초등학교 졸업생들에게 교복 구입비 1천 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다음 해에는 대상을 늘려 11개 학교에 2천200만 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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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구입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학생 중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상이었다. 박 대표는 "교복을 입혀야 할 아이들에게 수의를 입혔다"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교복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 대표는 이러한 교복 기부를 계속할 것을 약속했다. 이 같은 박 대표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안산 제일장례식장은 지역민들의 신망을 얻는 장례업체로 성장했으며 2015년 사회공헌 분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전국 최대 최고의 시설, 신개념 현대식 장례식을 선도한다’는 경영 방침 아래 안산 제일장례식장은 새로운 개념의 장례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장례를 치른 후 상주들에게 발행하는 영수증에는 마트 영수증과 같이 내역을 상세하게 기록해 장례 비용 투명화에 앞장서고 있다.

 안산 제일장례식장은 면적 1만5천㎡에 건축 총면적 3천600㎡,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빈소 9실, 안치실 9개 규모다. 300대의 차량이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등 어두운 기존의 장례시설에서 탈바꿈, 쾌적하고 밝은 환경으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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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함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상주와 유가족이 피곤하고 지쳐 있는 점을 고려해 편안하고 품위 있는 장례가 될 수 있도록 호텔 수준의 상주 전용 공간을 마련,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상 1층에는 영상 안내판과 안내데스크·상담실·사무실·빈소 2실 등이, 지상 2·3층은 각 빈소 2실, 지하층은 식당과 예배실 등 부대시설을 갖추는 한편 안치실·입관실·영결식장·발인실·주방·매점·휴게실 등도 신관·별관에 마련했다.

 안산제일장례식장 박일도 대표는 지난 4월 29일 ㈔한국장례협회 제20대 회장에 선출됐다.

 박 대표는 회장 취임 후 "장례사업자들은 인간의 가장 소중하고 숭고한 예식의 집전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으며, 이를 불식시킬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다"며 투명한 장례 비용과 사업자들의 사회적 기여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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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도 대표 인터뷰

-세월호 사고 당시 많은 금액을 지역 학교를 위해 기부했는데 그 배경은

▶지난 3년간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 부모 잃고 우는 상주는 많이 봤지만 이번에는 자식 잃고 오열하는 어머니와 숨어서 우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봤다. 사업이 망해도 좋으니 이런 장례는 치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온 국민이 아파하는데 수익이 난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작은 보탬이나마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가 되는데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정했다.

-안산 제일장례식장의 나눔사업단이 지역사회를 위해 하고자 하는 일은

▶지역의 불우이웃을 찾아 그 자녀에게 교복을 전달하는 일이다. 학교에서 추천을 받고 그 숫자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학교에 전달해 학교가 직접 학생의 부모에게 전달하는 사업이다. 성대하게 행사를 진행하거나 기념 촬영 같은 것도 없다. 조용히 진행하는 것이어서 지원을 받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좋아하고 있다. 지난해도 교복사업비로 2천200만 원을 전달했고 그동안 5천여만 원을 사용했다. 이 같은 활동이 퍼지면 지역을 위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눔사업단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회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위해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

-지난 4월 총회에서 한국장례업협회에서 한국장례협회로 명칭을 바꾸면서 회장에 취임한 것으로 안다. 장례협회의 변화를 어떻게 선도할 구상인지.

▶지금은 사업자와 장례인 모두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장례비용의 투명화, 사회적 기여, 산학협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 등을 추구할 방침이다. 첫째는 장례비용의 투명화이다. 아직도 장례를 마친 많은 소비자들이 장례비용의 상세한 내역을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장례비용의 불신이 커지는 것이다. 소비자는 장례를 마친 후라도 과도한 장례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장례 비용에 대한 불만만 부풀려지는 것이다. 사업자들에게는 또 한 가지의 번거로운 일거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신은 더 큰 사업적 재앙으로 다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트에서 내가 무엇을 얼마나 구매했는지 알 수 있듯이 장례비용을 무엇에 얼마를 썼는지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

둘째는 사회적 기여다. 다른 업종과 다름없이 장례식장의 사업자 또한 수익이 목적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장례식장은 다른 업종과 달리 지역밀착형 사업이라 할 수 있다. 100% 지역민의 이용으로 운영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일원이 되는데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업자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사회봉사등을 위해 힘쓰고 협회는 국가 차원에서 사회 공헌 활동의 동참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협회는 가칭 ‘국가재난 장례지원단’을 상설화하고자 한다.

이는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처럼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업자들의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시신 수습 등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특수한 분야에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의 시군구에 한 곳씩 함께 할 수 있는 모범 장례식장을 추천해 선정,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자들의 사회적 기여는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쌓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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