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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옛것을 알아야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어야 미래가 있다. 역사와 문화를 잘못 이해하거나 거짓을 진실로 알면 국가의 발전은 물론 앞으로의 희망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갈등과 대립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이 같은 사회적 갈등이 빈발하는 것은 가치관이 서로 대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친북 대 반북단체 세력 사이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그리고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6년이 되는 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쟁터에서 전사한 군인, 유엔군 그리고 민간인을 합해 사망, 실종, 부상자 등 인명피해만 397만 명이고, 1천만 이산가족과 당시 재산피해액만 230억 달러나 된다고 한다.

 이 숫자는 북한군이나 중공군의 사망 숫자를 뺀 것으로, 이들까지 합치면 한국전쟁으로 죽은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 국토가 잿더미가 됐고, 전쟁의 상처로 수많은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 살아왔던 뼈아픈 과거를 전쟁을 겪어 보지 않은 젊은 세대들 가운데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국전쟁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조국을 지켜준, 지금은 80세가 훨씬 넘은 어른들이 죽음과 삶의 문턱을 여러 번 넘나들며 휴전 후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중동으로, 서독으로 일터를 찾아 몸을 불살랐고 남의 나라 전쟁터를 누비며 나라를 이룩한 세대들이다.

 이분들은 수많은 역사 전환기를 경험한 분들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통치할 때 태어났고, 6·25 정치 혼란기를 몸으로 겪었으며, 배고픔과 미래를 알 수 없는 젊은 시절을 보냈고, 경제적으로 빈궁한 시절에 경제성장을 위한 주역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룩했다.

 그러나 살아계신 이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돈이 없어 실버타운이나 양로원에 갈 수 없는 형편으로, 자식들의 학대를 감수하면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하루 600여 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앞으로 10년 후면 이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보자.

 6월은 바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추모하고 살아계신 분들을 찾아 위로해 주는 달이다. 한국전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이나 국가보훈처 등 관계 기관에서는 보훈의 달 겉치레 행사만 요란하게 할 것이 아니라, 살아계신 동안 이분들의 위상을 바로 세워 주고, 존경하고, 예우해 드리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 살아왔던 뼈아픈 과거를 생각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이분들을 예우하고 존경해야 하며, 호국영령들이 지켜낸 나라를 굳건히 하기 위해 국가는 국민에게 국가안보에 대한 확고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3년 전 국가가 이분들에게 명예선양 호국영웅 훈장을 수여했다고 한다. 이분들의 명예를 지켜주고 영웅으로 인정해 준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호국영웅 훈장을 대통령이 목에 걸어줬다 해서 정부가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보다는 이 땅에 다시는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느슨해진 안보관을 다시 일깨워 주고, 6·25에 대한 올바른 역사를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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