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 외

아편전쟁
이원태·김탁환/민음사/288쪽/1만3천 원

이원태·김탁환 공동 집필 장편소설 「아편전쟁」의 배경은 아편(阿片)을 싣고 자기 나라에 들어온 영국의 상선을 청나라인들이 습격한 데서 시작돼 1840년 청나라와 영국 간에 벌어진 아편전쟁이 아니다.

　이 책은 19세기 말~20세기 초 기회의 땅이었던 인천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당시 인생 역전을 꿈꾼 사내들이 아편을 둘러싸고 벌이는 우정과 배신, 성공과 타락의 이야기를 그린 ‘개화기 범죄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고향은 부산, 1871년 신미년 정월생으로 나이는 예순둘인 최장학의 회고로 소설이 시작된다.

　"아편쟁이가 아편쟁이를 낳고 그 아편쟁이가 또 아편쟁이를 낳진 않소. 제 자식에게 아편을 먹이는 부모는 없으니까. 하지만 가끔 예외도 있긴 하오. 내 아비 최갑동은 아편쟁이였소"

　아편쟁이 아들인 자신과 벌교 출신 입담왕 송상현, 고성 출신 주먹 나용주가 각자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인천으로 향하는 증기선에 오르고 세 사람은 동갑내기라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됐다고 회상한다. 증기선이 인천에 도착한 뒤, 그들은 인천 조계지에서 일본 회사 ‘대일해운’의 하역 노동자 생활을 시작한다. 하역이 손에 익고 세 사람의 우정도 무르익을 때쯤, 최장학은 청나라 기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천락원’이라는 주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아편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여자였지만 그녀를 향한 최장학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간다.

　한편, 대일해운이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자 노동자들은 파업을 감행하고, 그 과정에서 최장학이 살인사건에 연루돼 살인 혐의를 받으면서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은 풍화되어 돌아갈 수 없는 땅에 대한 연가이고 운명의 굴레에 갇혀 죽어 간 자들을 위한 진혼곡이며 가난했던 우리 근대사에 바치는 헌사"라고 한 저자 이원태의 표현대로 조선 말~대한제국 시대를 배경으로 물불 안 가리는 당시 사람들의 고단한 인생과 먹고 먹히는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재현하고 있다. 또 호텔, 은행, 각국공원 등 근대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온 인천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영화(movie) 제작을 염두에 둔 소설(novel)인 무블 시리즈답게 두 저자가 공동으로 이전에 펴낸 「조선 마술사」에 이어 「아편전쟁」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을 국내 한 영화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주역 함명수 
김선덕/다물아사달/208쪽/1만3천 원

올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지난해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당시를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힌 한 실존 인물이 있었다. ‘세기의 작전’으로 불리는 인천상륙작전이 감행되기 전 17명의 해군첩보부대원을 이끌고 적진인 월미도와 인천에 침투해 북한군의 동향과 정보를 수집하는 ‘X-ray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함명수 제독이다.

　이 책은 제7대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함명수 제독을 다룬 평전(評傳)으로, 그가 기획하고 수행한 그 유명한 ‘몽금포작전’ 등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나온다.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주역 함명수」는 대한민국 ‘참 군인’ 100여 명을 선정해 그들의 삶과 업적을 다시 되새기는 ‘국군열전(國軍列傳) 시리즈’로 나온 첫 번째 책이다. 28년 동안 오로지 군 언론·방송매체에서 일한 국방TV 김선덕 PD가 저술을 맡았다.

악어 프로젝트
토마 마티외/푸른지식/184쪽/1만5천 원

2014년 11월 프랑스 한 지역에서 열린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 기념 전시회에서 「악어 프로젝트」가 초청됐다가 취소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프랑스의 한 정치인이 이 책을 저속하고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양성평등 사회로 알려진 프랑스에서도 이처럼 논란이 일 정도로 이 책은 성폭력이 발생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프랑스 만화가인 저자 토마 마티외(Thomas Mathieu)는 직접 취재한 공공장소 성추행, 직장 성희롱, 데이트 폭력 등 50여 개의 성폭력 상황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글과 만화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책 제목처럼 남성을 모두 악어로 표현했다.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가해자인 남성의 각성을 요구한 것이다. 또 성폭력 신고 절차 등 성폭력 피해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들도 상세히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