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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은 20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영화감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다작을 완성하지는 않았지만 공포, SF, 블랙코미디, 시대극, 전쟁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했다.

1999년 70세의 나이로 타계하기까지 그의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혁신적인 영상 표현은 멈출 줄 몰랐다. 오늘 소개할 영화 또한 큐브릭 감독 특유의 색채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1987년 개봉된 ‘풀 메탈 자켓’은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기존의 상투적인 전쟁영화에서 벗어나 애써 외면한 전쟁의 이면을 목격하게 한다.

여기 바리캉으로 가차없이 이발 당한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8주간 신병훈련소에서 해병대 교육을 받은 후 베트남전에 파견될 예정이다. 전장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인간병기가 되기 위해 입소한 청년들은 베테랑 교육관인 하트만 상사의 엄격한 지도 아래 고된 훈련을 받는다.

 인간 이하의 대접과 모욕을 참아 가며 체력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참혹한 훈련이 끝나갈 때 즈음, 어수룩했던 신병들은 독이 잔뜩 오른 인간병기가 돼 있었다. 그러나 퇴소를 하루 앞둔 어느 밤, 한 군인이 하트만 상사를 쏘고 자살하는 총기사고가 벌어지고 만다.

시간이 흘러 훈련병들은 해병대원이 돼 전쟁에 투입된다. 병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 살아남아 버티고 있다.

 종군기자로 투입된 조커 이병은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고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미 없는 기사 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무료한 일상 끝에 조커 이병에게 격전지 취재 명령이 떨어지고, 그는 그곳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경험하며 누구보다 지독하게 전쟁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 ‘풀 메탈 자켓’은 구스타프 하트퍼드의 소설 「단기병사들」을 원작으로 한다. 이를 각색한 영화는 전쟁의 광기와 부조리 속에 순진한 청년들이 살인병기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냉철하고 사실적으로 포착한 반전(反戰)영화라 하겠다.

고된 훈련소 생활을 다룬 1부와 전쟁 현장을 다룬 2부로 나눠져 있는 이 영화는 작품의 제목처럼 총탄(full metal jacket)이 돼 전장에서 소모되는 군인들과 그들의 허망한 남성성을 냉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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