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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없이 달려왔던 청춘 … '스펙' 대신 자아찾기 성공

최유정 씨 삶을 바꾼' 갭 이어'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2016년 06월 10일 금요일 제16면

‘갭 이어(Gap Year)’란 아직도 생소한 단어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큰딸이 영화감독 꿈을 위해 하버드대학교에서의 학업을 중단하고 1년여 동안 여행과 일을 해 보겠다며 갭 이어를 선택해 화제가 되며 알려진 용어다.

국내 한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로이킴도 갭 이어를 통해 진로를 찾은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갭 이어 기간에 가수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학업을 중단하고 흥미와 적성을 찾기 위해 진로 탐색·교육·창업 등 다양한 경험을 쌓는 갭 이어를 선택하는 청년층이 최근 늘고 있다. 갭 이어를 통해 인생의 길을 바꾼 한 대학생을 통해 청년들의 진로 고민을 들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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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까지 사는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시대에 직업이 꿈이 될 수는 없잖아요. 적성과 맞지 않는 직업을 위해 선택한 대학교로는 다시 되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굳이 대학이 아니더라도 사회 경험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갭 이어’ 동안 쌓았기 때문이죠. 물론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학위에 나중에라도 도전하겠지만 일단 ‘많은 경험을 하며 재미있게 살기’란 제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점수에 맞춰 지원해 어렵게 입학한 대학에서의 학업을 접고 브랜드 매니지먼트 회사 근무를 선택한 최유정(21·부천시·사진)씨의 말이다.

 오정초·덕산중·원종고를 졸업한 그는 2014년 한국교통대학교 식품공학과에 입학했다. 쉼 없이 공부해 들어간 대학의 신입생 시절 좋아하는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물었다.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적어 봤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15개의 버킷리스트 중 8번 ‘회사 인턴에 도전하기’로 인생 공부를 시작했다. 스펙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책 디자인 제작 등을 보조한 인턴 1년 기간(무급·유급 각 6개월) 동안 경제적 수입은 크지 않았지만 한 가지 귀중한 사실을 알게 됐다. 디자인을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다는 깨달음이었다.

 이어 해외로 내달렸다. 버킷리스트 ‘11번 혼자 해외여행 다녀오기’를 실행에 옮겼다.

 기대했던 프랑스 파리에서의 갭 이어를 떠나기 4일 전, 파리에 테러가 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주변 사람들과 부모 모두 출국을 말렸다. 사실 겁이 났다. 밤새 울며 고민하다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의 인생에서 정말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는 나약함이 마음을 지배할 것 같았다.

 그때 용기 내길 정말 잘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이다. 파리에서 게스트하우스 보조업무를 두 달 하며 변했다. 소녀에서 어른으로 성장했다.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기회도 좋았지만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어떤 것이든 혼자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내친 김에 혼자서 한 달간의 유럽여행을 떠나 내내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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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와 올해 3월부터 다시 회사 일을 시작했다. 중도 포기한 대학교에 다시 눈길을 돌리지 않을 예정이다. 주위의 어떤 친구들은 이렇게 묻는다. 자아 찾기를 위한 갭 이어는 금수저(부잣집 자녀)만이 선택 가능하다고, 학생 또는 청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들고 갭 이어 프로그램 설계를 혼자서 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그땐 이렇게 답한다. "국내에서 한 인턴 때도 월급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파리에서의 갭 이어 동안에도 들어간 비용은 거의 없어. 왜냐하면 일을 하며 비용을 대 부모의 경제적 도움이 필요없었어."

 또 ㈜한국갭이어(www.koreagapyear.com) 등 국내 전문회사의 도움을 받으면 갭 이어 설계와 진행이 쉽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의 갭 이어를 평가해 달라는 부탁에 그는 89점이란 점수를 매겼다.

 "원하는 것을 꿈꾸고 기록하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믿음이 생겼고, 이것이 갭 이어 동안 생긴 놀라운 변화예요. 이제라도 반듯하게 나 자신을 바로잡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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