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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장
시내에서 좀 떨어져 한적한 도심의 조그만 공원을 걷다 보면 청소년을 자주 대하게 된다. 특히 지하철역 입구에서 사람의 눈에 조금 벗어난 곳을 지나치려면 불량기 있어 보이는 남녀 청소년을 가끔 보게 된다. 거리낌없이 피워 대는 담배 연기 속에서 차마 눈을 마주할 수가 없다. 눈을 마주치면 왜 쳐다 보느냐고 따질 듯 대들며 금방 주먹이 날아올 것 같아 겁이 난다. 특히 늦은 오후에 지저분하게 흩어진 술병이 주변에 널려 있을 때 더욱 섬뜩한 분위기가 든다.

 늙은이가 왜 하필 지나가느냐 알아서 피해 갈 것이지 하는 험악한 분위기에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원색의 루주를 발랐으나 어린 중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한 여학생들과 또래 남학생이 무리지어 몰려 있으면 더욱 난감하며, 시시덕거리며 서로 익숙한 스킨십이 이뤄지거나 묘한 자세로 서로 원색적인 말로 큰소리로 주고받을 때 들으면서도 애써 외면해야 하는 전직 선생으로서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부끄럼과 비애를 갖는다.

 그 뿐만 아니라 조금만 거슬려도 온갖 상스러운 욕설과 부릅뜬 눈길, 식식거리며 몸 둘 바 모를 몸짓을 보게 되면 가슴이 저며 온다. 전후 사정이 이렇게 되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에 재빨리 피하는 게 상책이고, 어른으로서 나설 수 없는 구겨진 체면이 되고 만다. 이런 것이 아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막장 사회의 일면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고, 어쩌면 우리 사회의 일부가 벌써 청소년사회에 깊숙이 들어온 것 같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욕설과 폭력적 행동, 그리고 배려를 모르는 일방적 행동은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원만한 인간관계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배려와 도움을 주고받을 줄 아는 인격 형성을 지니는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가 어려워진다.

 학교와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어 왔고, 또한 학생들의 선생님에 대한 예의와 교직사회에서 나타나는 이념 갈등으로 학생 생활지도는 설명으로는 부족할 만큼 인식이나 생각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인식이나 생각의 차이, 그리고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지도 선생님에 대한 교육행정가들의 이념 차이로 생각 못할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면 학생이 모자를 쓰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 더운 여름철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 여름에 선정적인 옷으로 고쳐 입고 수업에 앉아 있는 것, 짙은 향수를 풍기며 수업에 참여하는 것, 화려한 손톱 치장을 하고 수업시간에 참여하는 것, 수시로 휴대전화 거울을 보면서 수업 분위기를 흐려놓는 것 등 수업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즘 일부 학교의 일부 선생님에 의해 허용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지 않으며, 학생의 인권·인격이며 개인적인 사생활로 치부한 채 선생님이 모른 척하거나 오히려 신선하게 인정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해된다면 또 다른 청소년문화에 대한 충돌을 완화시킨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교육 행정가의 학생인권과 예의는 서로 반대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인 통념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예로 지하철에서 노약자 자리를 차지하고 어르신이 앞에 서 계실 때 못 본 척하는 게 자유로운 인권이고, 공공장소에서 어른과 다툼이 있을 때 큰소리로 욕설과 완력적 행동을 보는 것이 정당한 인권은 아니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사랑, 절제, 배려와 함께 아름다운 인격 그리고 인권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의 학생 생활지도가 이뤄질 때 사회에서도 올바른 청소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당한 생활지도를 위반하는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생활지도를 학생들의 인권을 방패로 거부하도록 계속 방치한다면 교육은 끝장이다. 선생님의 교육의지를 꺾어 놓고 공교육 발전을 논할 수 없다.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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