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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2000년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래 꾸준히 언급된 저출산 문제. 이제는 많은 사회구성원이 아이를 낳지 않는 데 대한 심각함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매번 연금 개혁과 국민건강보험료 개혁에 대한 안건으로 고령화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저출산 문제가 함께 언급되면서 고령사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쯤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은 많은 사회구조적인 배경을 알려 주고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 문제, 지위, 경력단절, 육아와 사회활동과의 균형 및 지원, 가족 지원 등 여성과 양육 관련 환경이 잘 돼 있는지를 보여 준다. 우리나라는 잘 알려져 있듯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저조한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이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시행하고 있는 결혼에 관한 인식조사의 결과들은 대동소이하다.

 첫째, 경제적 이익, 혼자 지내는 여유로움 등이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결혼의 필요성을 거부하게 한다. 둘째,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는 여성일수록 결혼을 선택으로 인식한다. 남성은 결혼할 때 집을 장만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그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남성은 결혼을 꺼리게 된다는 결과도 있다. 결국은 경제적 능력이 결혼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출산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인데, 왜 출산을 꺼리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이 육아에 드는 많은 비용이며, 둘째 일을 병행해야 하는 육아가 가능하지 않으므로 출산을 포기하고 경제적 활동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경제적 비용에 대한 부담이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결혼과 출산에 그렇게 많은 경제적 준비를 필요로 했었는가? 경제적 준비가 결혼생활과 가정을 지키는 데 필수조건이기는 하지만 결혼비용과 육아비용을 설문 결과로 추정한 바, 그 많은 비용을 준비하고 결혼할 수 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무엇이든 가능케 하는 것이 돈이라고 한다면 출산을 가능하게 하려면 결혼과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 과제로 보인다. 이런 구조를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회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출산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그들의 미래가 불안해 다음 세대를 준비하지 못하고 본인들이 살아가는 것만 책임져야 하는 사회, 혹은 본인들의 즐거움만을 누리려고 하는 사회를 어떻게 해야 그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생각하고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미 우리나라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많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흡하다고 지적받는 것들도 많다. 여러 나라에서 시행된 많은 법과 제도들을 그대로 옮겨다 시행하는 것들도 있다.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미흡한 면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혜택 보는 사람들도 꾸준히 생길 것이다.

 출산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제도는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출산이 가능한 세대가 미래를 포기하지 않게 하고, 그들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최소한 출산을 하면 아이를 넉넉하게는 아니더라도 양육하는 데 경제적 곤란이 어려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을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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