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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전력공사 또는 대기업에 취업해 평범한 삶을 살려던 20대 청년이 졸업도 하기 전 100만 명이 훌쩍 넘는 독자를 확보한 웹소설 작가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전기공학이라는 고달픈 공부를 하면서도 원래 포부를 놓지 않고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뤄 냈다.

 오형석(27·필명 비츄)작가는 어려서부터 책을 놓지 않는 ‘책벌레’였다. 하루에 책을 8시간씩 읽었다.

 그는 결국 소설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독학으로 배운 글재주를 뽐내기에 나선다. 그것도 갓 중학생이 된 14살부터다. 2년 후 그는 직접 인터넷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연재가 현재는 카카오에서 해외(북미)로 수출하는 첫 작품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카카오페이지 로맨스 분야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오 작가의 웹소설이 웹툰으로 만들어져 카카오 일요 웹툰 조회 수 1위를 기록했다. 웹소설 분야 로맨스에서도 1위에 올랐다. 웹소설, 웹툰 통합 무려 150만 명이 넘는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는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넘치는 개그감,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죽임을 당한 뒤 철저한 남존여비 세상에서 눈을 뜬 ‘상희’가 멸시받는 천한 공주에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유명한(?) 제자를 위해 최순자 인하대 총장은 지난 15일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교내 팬들과 함께 하는 ‘특별 팬미팅’을 열어 준 것이다.

 오 작가, 최 총장, 권오규 부총장, 공간정보공학과 3학년 이기훈·신소재공학과 2학년 양민아·경영학과 2학년 김해인·언론정보학과 4학년 김민서 학생 등이 함께 하는 오 작가 최초 팬미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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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총장은 정식 팬미팅을 교내에서 열 것을 오 작가에게 제안했지만 오 작가는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미 웹소설계에선 스타 대열에 오른 그지만 인터뷰 내내 절제된 행동과 겸손함을 보였다.

 이런 모습에 최 총장은 굉장히 감명 깊었다는 표현을 하면서 오 작가에게 어떻게 인하대를 선택하게 됐는지 물어봤다. 오 작가가 논술전형으로 운 좋게 입학하게 됐다고 말하자 최 총장은 "논술전형을 확대해야겠다"고 답해 학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최 총장은 오는 7월 1일 오 작가의 웹소설이 책으로 출판된다는 소식을 듣고 "팬미팅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책을 직접 구입해 선물하고, 학교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도 선물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오 작가와 함께 한 행복한 시간에 동행했다.

-전기공학과 출신 소설 작가, 굉장히 드문 사례 같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전기공학과에 진학했지만 글 쓰는 일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현재 부모님은 아들의 바람을 들어주지 못한 부분에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계시지만 자랑스러워 해 주셔서 감사하다.

-필명 비츄는 무슨 뜻인가.

▶‘글로서 세상을 치유한다’는 14살 처음 글 쓸 때의 마음가짐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다. 필명 ‘비츄’는 ‘빛의 치유’라는 10대 때 필명의 줄임말이다.

-글 소재는 어떻게 찾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소재를 픽업하려면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야 하는데, 트렌드를 타는 작품이다 보니 예능은 꼬박꼬박 챙겨 보고 드라마도 트렌드를 캐치하려고 섭렵한다. 영화도 신작은 극장 가서 다 본다. 주변에서 놀면서 일한다고 말하지만 내게는 이 모든 게 공부다.

-전기공학과를 나온 것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나.

▶전기공학과에서는 논리적인 알고리즘을 배우는데, 글을 쓰는 데도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특히 웹소설은 하루에 한 편씩 연재되는 특성이 있어 그 속에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하는데 알고리즘을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인하대 공대 중 문학적 소양과 가장 가까운 곳이 전기공학과다.

-작품 준비는 어떻게 하나.

▶혼자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런 얘기를 쓰면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고,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재를 잡아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결론)를 생각해 놓고 과정들을 끊임없이 상상한다. 매일 연재하는 분량 1편을 작성하려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리지만 하루 5천500자를 마감하고 5천500자를 더 써 놓는다.

-웹소설 작가의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2012년 연재를 시작했을 때 월수입은 6만 원이었다. 이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글을 썼다.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점점 독자가 늘어났다. 현재는 ‘한전’에 다니는 것보다는 수입이 많아 전공을 살려 취직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정도는 된다.

-어떤 장르의 책을 읽었는지 궁금하다.

▶무협소설을 엄청 좋아했다. 원래 처음 시작은 삼국지와 수호지였는데 계속 반복해서 읽었다. 이런 부류의 책을 더 읽고 싶어 무협소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다독하게 됐다.

-소재가 흔해 보이지만 또 유치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구성인데 어떻게 만들었나.

▶모든 작품의 모토가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재미있게 읽는 것이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유치한 것이 이해하기 쉽고 스스로도 좋아한다. 유쾌한 글을 좋아하고 스스로 유쾌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유쾌하게 쓰려고 하다 보니 구성이 잘 나온 것이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때는 어떻게 풀어내는지.

▶막힐 때가 많지는 않다. 애초 작품 전 시작과 과정, 끝을 정해 놓기 때문이다. 시놉시스에 따라 작품의 흐름이 이어져 가기 때문에 미리 막히는 것이 적다. 그래도 막힐 때는 여행을 가거나 아예 글을 머릿속에 지우고 3시간 정도 생각 없이 걷는다.

-웹소설의 드라마나 영화 작품화 제안을 받은 적은 있나.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 웹소설인데 스토리를 웹툰으로 넘겨 재생산되고 있다. 또 해외 번역본이 발간돼 수출 준비 중이다. 에이전시에서 기분 좋으라고 드라마도 노려 보자고 하는데 되면 좋지만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작품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현재까지 몇 작품을 했고, 차기작은.

▶공개된 작품은 8편이며, 비공개 작품은 셀 수 없다. 차기작을 미리 좀 써 놓긴 했는데 곧 오픈이 된다. 로맨스판타지 장르라는 것만 말할 수 있다.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무명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사람이 쪽지를 보낸 적이 있다. ‘상황이 이런데 글을 계속 써도 될까요’라고 질문을 했는데 그 사람이 글 쓰는 일을 포기한다는 생각에 내 마음이 아팠다.

당시 하던 작품에 대한 수입을 그분에게 오픈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응원을 했다.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가 웹소설이고, 성공했다 하더라도 길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걸 다 버리라고 말하진 못하지만 꿈 자체를 버리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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