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인천의 가치를 되살려 시민 행복을 꽃피우는 ‘인천가치 재창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항과 항만, 산업단지로 점철된 ‘관문·회색도시’ 이미지를 벗고 인천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다.

 가치 재창조의 기치는 ‘우리는 인천’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사람의 문화와 정신에 무게를 실었다. 도시를 바꾸는 힘이 ‘300만 인천시민에게 있다’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의지가 담긴 시도이기도 하다.

 본보는 인천가치 재창조의 성공 조건을 조명하고자 한다.

 인천은 물론이고 각각의 방식으로 도시 재창조 사업을 진행하는 일본 요코하마와 중국 톈진(天津) 그리고 국내 제2의 도시인 부산시 등도 현지 취재해 각각이 안고 있는 고민과 추진 방향 등을 짚어 봤다.

 인천과 함께 지리와 경제, 역사적으로 닮은 이들 도시의 모습을 7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 왜? 인천가치 재창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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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복 시장 ‘인천 가치 재창조’ 강연
비류백제 2천 년 역사를 품고 있는 인천은 대한민국의 최초·최고(最古)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도시다.

 고대 선조들의 생활 풍습이 남겨진 강화 고인돌과 백제 미추홀왕국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문학산성, 대몽항쟁 고려의 역사도 빼놓을 수 없다.

 구한말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강제로 문호를 개방한 최초의 개항 역사와 수탈 역사의 아픔이 서린 경인철도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근현대 문물이다.

 한강의 기적을 함께 써 내려간 경인고속도로 개통과 국가산업단지 조성, 인천항의 변화무쌍함은 인천의 경제 발전을 앞당겼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대교,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 조성은 오늘날 인천을 움직이는 힘이다.

 하지만 인천시민은 인천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게 사실. 정치·행정·문화 등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적 패권 구조가 인천을 서울에 종속된 아류의 도시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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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신항에 정박한 크루즈호
한국전쟁과 산업화 등으로 전국 각지에서 인천으로 정착한 사람이 많다 보니 ‘경유의 도시’로 불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현실이 인천가치 재창조가 출발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잠재적 가치와 다양성을 가진 도시 인천, 그 인천에 살고 ‘인천인(人)’이 스스로 인천을 사랑하는 애향심을 갖게 하는 것. 그렇게 인천의 ‘정체성’을 찾아 300만 시민이 애정을 갖고 자랑스러워 하는 인천을 만드는 것이 인천가치 재창조의 출발점이라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천혜의 자연환경, 역사·문화, 경제자유구역 등 우리 인천만이 가진 강점을 차별화해 ‘우리는 인천’이라는 인천의 힘을 결집하는 가치 재창조의 시작과 끝이 결국 ‘300만 인천시민’으로 모아진다"고 말했다.

# 가치 재창조 사업, 이렇게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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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타운
가치 재창조 사업은 문화·경제·교육·관광 등 인천시민과 인천 전역에 걸쳐 진행된다.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핵심이다.

 시가 전문가 협의와 시민 설문을 거쳐 과제를 수립하고, 이는 다시 두세 차례의 점검회의를 통해 하나의 사업으로 확정된다. 그렇게 지난 1년간 추진된 사업이 시민원로회의, 애인(愛仁) 토론회, 인천기업 인천시기(市旗) 달기 운동, 인천 대표 인물·고교동문회·대학총장·향우회장·중앙부처 공무원 간담회다.

 시는 이후 가치 재창조 추진을 위한 제도와 틀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인 교류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를 통해 ‘인천인 대상 시상’과 홍보대사·명예시민 선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시 내부에는 가치 재창조 사업을 전담하는 가치재창조추진단도 생겼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시는 가치 재창조를 위한 우선 사업을 선정했다. 인천의 가치를 되살려 시민 자부심을 높이려는 사업으로, 대부분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할 장기 과제다.

우선 문학산 정상 개방과 문학산성 복원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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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산 정상
문학산 정상은 한국전쟁과 군부대 주둔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가 지난해 10월 15일 50년 만에 다시 인천시민 품에 돌아왔다.

이렇게 가치 재창조 사업의 첫 단추를 꿴 시는 비류백제의 혼이 담긴 문학산성 복원까지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다.

 이어 168개 천혜의 섬을 관광 활성화하고, 인천발 KTX 및 GTX 등 인천 중심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일과 방위 개념으로 마구잡이식으로 지어진 인천 자치구의 이름을 바로잡는 사업이 인천가치 재창조의 우선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 인천가치 재창조, 시민 행복 초점 맞춰

올해부터 본격화된 인천가치 재창조는 크게 원도심 재창조와 역사문화 보전, 관광 활성화, 인천인물 교류 등으로 분류된다.

원도심 재창조에는 근대 역사의 중심지인 중구 동인천 원도심을 탈바꿈시키는 인천개항 창조도시 사업이 손꼽힌다. 이미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가 25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고 시는 상상플랫폼 조성, 내항 1·8부두 재개발, 인천역 복합개발 등 개항창조도시 실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 송도국제도시 전경
수십 년간 인천을 남북으로 단절시킨 경인고속도로 주변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정부와 경인고속도로 시점부터 서인천나들목 구간을 일반도로화하는 협약을 체결해 이 공간을 시민에게 되돌려주는 설계용역을 벌이고 있다.

 인천신항과 인천공항 3단계 건설, 인천발 KTX·GTX, 서울7호선 청라 연장, 인천1호선 검단 연장 등 인천중심 철도망 구축도 대표적 원도심 재창조사업이다.

 여기에 단절된 녹지축을 연결하는 도심공원 인천그랜드파크 조성과 미군부대와 굴포천을 연계한 음악공원 ‘부평음악·융합도시’ 조성도 진행한다.

 역사문화 보전사업에는 역사적 사실의 발굴 및 기록화가 주류를 이룬다. 문학산성 국가사적 지정 및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강화 관광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국립 고려문화재연구소 설립, 한국 최초·인천 최고 100선 관광자원화, 팔만대장경 제작지 강화 선원사 문화유적 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의 가치를 담아낸 관광자원화 사업도 본격화된다. 인천 섬과 산, 역사문화유산·축제·음식·특산물 등을 여행상품화하는 ‘자랑스러운 인천 100선’ 선정과 서해5도 해상국립공원 지정, 인천연안 갯벌국립공원 지정, 중국 1성(省) 인천 1섬 프로젝트 등이 주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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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 두무진 전경
무엇보다 이 같은 인천가치 재창조가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인적 자원을 네트워크하는 인물 발굴 사업도 진행한다. 올해의 인천인 대상과 인천인 명예의 전당, 가치 재창조 범시민네트워크 구성, 인천가치 재창조 대시민 토론회 등이다.

 인천가치 재창조에 힘을 싣는 인천의 기록도 바뀐다. 시는 등록기준 토지 면적으로 오는 9월께 인천이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큰 도시로 올라서고, 10월 15일을 전후로 인구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해 출발한 인천가치 재창조 사업은 올해부터 본궤도에 오른다"며 "오는 10월 15일 있을 인천시민의 날에 맞춰 진행되는 ‘전국 최대 도시 300만 인천’이 인천가치 재창조 사업의 반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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