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에너지 절약 구호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내 주요 시내 상점가 대부분은 냉방기를 켜 둔 채 가게 문을 열고 영업을 벌여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29℃까지 오른 19일 정오께 수원역 일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를 정도로 더웠지만 일부 상점들 입구 앞을 지날 때면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에어컨을 틀어 놓은 채 출입문을 열어 놓고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이날 수원역과 팔달문, 장안문 일대를 둘러본 결과 5곳 중 1∼2곳꼴로 문을 열어 놓고 에어컨의 냉기를 바깥으로 쏟아내는 가게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일부 자동문이 설치된 가게들은 문을 연 상태로 고정시켜 놓고 손님들을 끌어모았다.반바지와 미니스커트 등 짧은 옷차림의 관광객들이 잠시라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매장 앞을 서성이며 구경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안양시 평촌동 상가밀집지역도 매장 입구에 접근하면 서늘한 기운이 들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 놓고 영업을 벌였다. 냉방온도를 강하게 낮춘 매장도 보였다. 한 의류매장은 정부가 여름철 실내온도 하한선으로 제시한 26℃보다 7℃나 낮은 19℃에 맞춰 에어컨을 작동 중이었다.

한 종업원은 "에어컨을 틀어 놓고 문을 닫아 놓으면 손님을 모으는 효과가 약해진다"며 "문을 열어 놓고 에어컨을 켜면 전기료는 더 많이 나오지만 손님을 끌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푸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문을 열고 냉방을 하면 닫을 때보다 3.4배의 전기가 낭비된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매년 여름철마다 이 같은 상점에 대해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번 여름철에는 아직까지 운영방침이 나오지 않으면서 대부분 상점들이 매출 하락을 우려해 ‘문 열고 에어컨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도내 지자체 관계자들은 "주변 상점 한 군데가 에어컨을 튼 채 문 열고 영업하면 다른 가게들도 손님들을 뺏기지 않으려고 덩달아 문을 연다"며 "단속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규칙을 지키며 동참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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