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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천에서 사라진 옛 지명의 하나가 칠통마당이다. 칠통마당은 현 중구 해안동 하버파크호텔 뒤쪽 선창마당을 이르던 지명이다. 호텔 자리는 과거 경기도경찰국 청사가 있던 곳으로, "경찰국 뒤 해안 일대는 각지에서 실어오는 볏섬을 받아 올리는 칠통마당이라 부르던 선창이었다. 개항 이래 1918년 축항이 준공된 후까지도 번창했었다"고 고(故) 신태범(愼兌範)박사의 저서 「인천 한 세기」는 전한다.

 칠통마당의 지명 유래에 대해서는 선대 어느 분도 언급이 없어 그렇게 불린 내력을 알 수가 없다. 칠통(七通), 즉 시내에서 이 마당으로 통하는 길이 7개여서 붙은 명칭이라거나, 인천항으로 미곡을 실어오던 경기·충청·황해도 연안의 항구가 7군데여서 부르던 지명이라거나 하는 설이 있으나 분명하지 않다.

 "미곡창고와 부두창고에는 언제든지 쌀이 차 있었고, 해안 공지에는 연안지대인 황해도, 충남, 그리고 가까운 강화, 김포 등에서 목선으로 들어오는 벼가 신곡출회기를 타서 산 같이 쌓여 노적되면 칠통마당 부근 근업소, 객주조합에서 매매를 붙이는 것이다."

 "마당에 다닌다는 것은 당시 칠통마당에서 활동하던 미곡중개상인을 말하고 있었는데, 한국인으로서는 가장 돈벌이가 좋은 직업이었다. 마당에 다니는 사람들이 신상공사, 객주조합, 근업소 등을 조직했던 것이다."

 앞의 글은 고일(高逸)선생의 「인천석금」 기록이고, 뒤의 것은 신 박사의 앞의 책 구절로서 이 모두 칠통마당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알려 주고 있다.

 아무튼 신상공사, 객주조합, 근업소 사람들은 그래도 당시 인천의 중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 외에 밑바닥 사람들인 막노동자들도 다수 이곳에 모여들었다. 고일 선생의 책에 그 내용이 보인다.

 "새벽이 되면 쌀 장사나 쌀 거간이거나 객주집 주인이거나 정미직공이건 목도꾼 지게꾼이건 모두 가까운 술집으로 들어간다. <중략> ‘한 잔, 주슈!’하면 으레 아침 해장술국에는 막걸리다. 한 사발 쭉 들이켜고 뜨끈뜨끈한 술국밥을 먹는 것이다. <중략> 5전 한 푼을 던지고 슬며시 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칠통마당 바닷가로 발길을 재촉하는 것이다."

 ‘정미직공, 목도꾼, 지게꾼’인 밑바닥 노동자들은 인천 토박이뿐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인천이 낳은 작가 현덕(玄德)이 쓴 1938년도 단편소설 「남생이」에 그런 정황이 그려져 있다. "선창 벌이가 좋아. 하루 이삼 원 벌이는 예사고 저만 부지런하면 아이들 학교 공부시키고 땅 섬지기 장만한 사람도 적지 않다"는 소설 속 편지 구절이 그것이다. 거기 등장인물 노마 아버지도 이 편지를 받고는 ‘절골’에서의 소작인 생활을 마감하고 이곳 선창으로 와 노동자가 된 것이다.

 남자들뿐 아니라 상당수 부녀자들도 칠통마당에 목을 매고 살았다. 현덕의 소설은 그 풍경 역시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선창마당에 나가 영이 할머니는 낙정미를 쓸어 모으는 쓰레기꾼, 노마 어머니는 잔술을 파는 들병장수. 일터를 같은 마당에 가진 탓으로 듣는 억울한 소리다. 하기는 노마 어머니가 처음 쓰레기꾼으로 마당엘 나오자 영이 할머니는 은근히 반기었다. <중략> 번히 쓰레기꾼이란 정작 볏섬도 산으로 쌓이고 낙정미도 많이 흘려 있는 지대조합 구역 내에는 얼씬도 못하고 목채에 지켜 섰다가 벼를 싣고 나오는 마차가 흘리고 가는 나락을 쓸어 모은다."

 ‘벼를 싣고 나오는 마차가 흘리고 가는 나락을 쓸어 모으는 쓰레기꾼 영이 할머니’와 ‘잔술을 파는 들병장수 노마 어머니’ 모습이 그 당시 선창마당, 칠통마당에 나오는 인천 거주 하층 부녀자들의 생활상이었다. 고일 선생과 신 박사 두 분 글에서, 또 현덕의 소설에서 보듯 분명한 것은 칠통마당이 개항 이후 인천 사람은 물론 각지에서 몰려온 객주, 쌀 거간, 투기꾼, 막노동 인구들이 뒤섞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삶의 현장이었다는 점이다.

 몸담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이 6월 25일 개관하는 생활문화센터의 명칭을 ‘칠통마당’이라고 붙인 까닭은 위치의 인접성 외에도 선대들의 땀이 밴 이곳이 이제 어엿한 시민 생활문화 구현의 중심지로 변화했음을 고(告)하려는 의도도 있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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