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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한국자유총연맹 인천광역시지부 회장
미국 국방부 산하에는 지난해 새롭게 통합 창설된 ‘국방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국(DPAA: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이라는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의 임무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한 전우’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DPAA는 실종된 전우를 찾을 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1944년 11월 26일 독일에서 P-38 라이트닝 원목 비행기를 몰고 출격했다가 귀환하지 않은 미 육군항공대 소속 앨빈 비스(Alvin Beeth)소위의 시신을 70년 만에 발굴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순국 용사 유해를 송환할 때도 장엄한 의식을 치른다. 성조기로 덮은 관이 운구되고, 미국 대통령이 최고의 예우를 표시한다. 방송사들은 이 장면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전 국민들이 순국용사에게 존경을 표한다.

 전쟁터에서 숨진 군인 유해를 찾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이다. 차라리 이 비용으로 첨단 무기를 구입하는 것이 더 큰 희생을 막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물론 국민들은 숨진 군인의 유해를 찾는 데 엄청난 국가 예산을 쓰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미국이 이처럼 비효율적 예산을 집행하는 이유는 ‘조국은 결코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바로 애국심이다. 이것이 오늘의 미국을 만든 보이지 않는 힘이다.

 인천시가 최근 ‘호국·보훈의 도시 인천’을 선포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있는 것 같아 박수를 보낸다.

 인천시는 인천과 경기서부권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인천보훈병원을 곧 착공할 예정이다.

 지역 곳곳에 있는 국가수호시설을 정비하는 등의 사업 로드맵도 줄줄이 발표됐다. 이러한 하드웨어 구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애국심이 하드웨어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의 성과가 누구의 희생 위에 서 있는 것인지 우리 젊은이들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들과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용사를 위한 기념행사와 추모사업을 펼치는 데 인천시가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인천은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엎었던 인천상륙작전이 벌어진 도시다.

 정부가 팔짱끼고 있는데 국민들의 애국심이 저절로 흘러넘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애국심을 얻기 위해선 국가가 비용도 지불해야 하고, 비용도 든다. 이것이 미국이 전쟁터의 실종자 유해를 찾는 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애국심은 샘물처럼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다. 애국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이 국가를 위해 먼저 무언가 해 주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국은 결코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미국의 명제처럼 우리나라도 국민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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