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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륭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근긴장이상증(근육긴장 이상)은 전문가가 많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아 과거에는 뇌성마비나 뇌졸중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 병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근긴장이상증으로 진료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1만7천556명이던 환자 수가 2011년에는 2만9천756명으로 늘었고, 증상으로 인한 대인 기피 등의 은둔형 환자를 감안하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윤모 씨는 1년 전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평소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 때문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이후 통증이 계속돼 정형외과를 찾았다. 정형외과에서는 딱히 다른 소견이 없었고 원인 모를 통증에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급기야 윤 씨는 최근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게 됐고 ‘사경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사경증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잘 조절되지 않는 ‘근긴장이상증’의 대표 증상이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지만 팔·다리, 목 등 몸의 부분, 전신으로 올 수 있다.

근긴장이상증은 근육의 수축·긴장을 조절하는 뇌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에서 운동근육의 세밀한 기능을 제어하는 기저핵이 손상됐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기저핵이 손상되면 근육운동이 조절되지 않아 움직이려는 근육 대신 엉뚱한 근육이 수축하게 된다. 또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이완돼야 할 때도 제멋대로 수축하기도 한다. 힘이 들어간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이 떨려 경련이 오고, 뭉친 근육 때문에 통증이 발생한다.

근육이 있는 곳은 어디든 근긴장이상증이 발병할 수 있다. 전신에 발생하기도 하고, 손이나 얼굴 같은 특정 부분에만 나타나기도 한다. 글씨를 쓰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손과 팔의 근육이 경직되고 떨리며, 목 근육이 영향을 받으면 목소리가 안 나오기도 한다. 눈 주위 근육에 이상이 생기면 눈을 자주 깜박이고, 턱과 혀에 힘이 들어가면서 안면경련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사경증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라면 보톡스 주사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도 한다. 보톡스는 근육신경을 차단해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맞으면 몸에 면역 반응이 생겨 효과가 떨어진다.

수술 치료는 두 가지가 있다. 말초신경절제술과 뇌심부자극술이다. 말초신경절제술은 근육을 지배하는 말초신경을 잘라내는 수술로, 수술이 복잡해 말초신경이 다칠 우려가 있고 통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세포에 전기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경을 잘라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이다. 문제가 생기거나 더 나은 치료 방법이 나왔을 때 이식했던 기기를 제거하면 되므로 환자에게 안전한 편이다.

근긴장이상증의 경우 치료 효과가 높다. 하지만 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고, 일단 발병하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사회생활이 힘들고,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나타나는 게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근긴장이상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능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도움말=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허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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