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우리나라 산업과 발전의 ‘근본’이다.

 특히 농산물 생산에 가공·유통, 관광 등의 농외 활동과 연계한 6차산업화의 등장으로 농업이 가진 성장 잠재력 역시 유망하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점차 감소하는 농업분야 예산과 한미 FTA 체결 이후 농산물 가격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지난해부터는 한중 FTA까지 발효되면서 경기도내 농업인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도내 농업인들이 더욱 치밀하게 연구하며 제 농장의 강점을 살려 성공을 이루려는 도전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공의 꿈을 놓지 않고 ‘강한 농업인’으로 성장한 도내 농업인들을 만나본다.

▲ 유재석 채인 대표.
화성시 정남면 제기리에 위치한 채인(菜人)버섯 농장은 8천㎡ 규모로 단일 규모 느타리버섯 농장으로는 전국에 손꼽힌다.

 연간 느타리버섯 1천300t을 생산해 31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호주·미국·싱가포르 등 수출의 폭까지 넓혀가며 성장하고 있는 건실한 버섯재배 농장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야채를 정성껏 가꾸는 정직한 농부의 마음’이란 ‘채인(菜人)’의 의미를 한결 같은 목표로 삼아 농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유재석 대표.

 그는 과학적이고 청결한 환경속에서 차별화를 통한 느타리버섯의 품질 경쟁력에 힘을 쏟고 있다. 때문에 채인에서 재배된 버섯은 특유의 탄력과 쫄깃한 식감에서 얻어진 탁월한 맛과 향으로 시장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 대표는 "버섯은 작물재배라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애착을 갖고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지금까지의 연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품질의 버섯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쉼 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전국 몇 안 되는 ‘농업마이스터’, ‘버섯장인’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농업의 길을 걸어온 ‘천상 농부’는 아니었다. 그의 본격적인 버섯연구는 2009년 귀농을 택하면서 시작됐다.

 23년을 가구 제조업에 종사해왔던 그는 7년 전 부가가치가 높은 버섯을 재배작목으로 선정, 버섯 생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는 가구제조업에 몸 담아 왔지만 농업에 관련된 제2의 삶을 고심하다 보니 버섯에 관심을 두게 됐다"면서 "계절에 민감한 다른 작목과는 달리 버섯은 적당한 설비만 갖춘다면 1년 365일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처음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귀농 이후 유 대표가 단 한 번의 굴곡 없이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당시 초보 농사꾼이던 그는 먼저 버섯재배 경험이 있는 농장장을 영입해 농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적잖은 투자를 통해 만든 기업형 버섯 생산시설이었지만 2년 동안 생산량과 품질 모두 고전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채인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나의 일’이라는 굳건한 책임감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 대표는 그 누구보다 ‘버섯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섯에 대한 전문지식 쌓기와 연구에 몰두했다.

 경기지역 유일한 농업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인 ‘경기 농업마이스터 대학’에서 버섯을 전공, 버섯재배 기술과 경영 능력까지 실력을 쌓았다. 과대표를 지낼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지난해에는 국가에서 지정하는 ‘농업 마이스터’(전문농업경영인)에 합격, 국내 최고의 ‘버섯 장인’으로 인정받았다. 이제 유 대표는 기술을 전수하는 수준으로 성장, 한국농수산대학 현장 교수로도 활약 중이다.

 유 대표는 "어떤 것도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지금의 위치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큰 경험"이라며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채인이 다시 생기를 되찾고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데는 큰아들 혁선 씨와 작은 아들 창선 씨의 도움도 컸다. 채인이 삼부자가 운영하는 ‘가족기업’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업파트너’이기도 한 두 아들은 초장기 채인의 어려움까지 모두 지켜보면서 농장 운영의 안정을 위해 경영에 합류했다.

 창선 씨는 아예 한국농수산대 버섯과에 진학했고, 지금은 버섯 생육·출하 전반을 관리한다. 기계학을 전공한 혁선 씨는 전공의 장점을 살려 농장의 기계설비를 담당하며 유통도 맡고 있다. ‘가족’이 채인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된 것이다.

 유 대표는 "큰아들은 기계를 잘 알고 관심이 많아 시설도 직접 만드는 손재주를 갖고 있고, 작은 아들은 친화력이 좋고 버섯 전공자인 만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하다"면서 "두 아들이 마치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운영에 힘을 보태면서 농장에는 대변화가 나타났고 지금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고 뿌듯함을 내비쳤다.

 유 대표는 또 두 아들이 버섯 재배에 합세함에 따라 보다 과학적이고 청결한 버섯재배로 품질 또한 향상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그는 "농장 퇴근 시간이 오후 7∼8시 정도인데 다음 날 출근 시간까지 버섯들이 대략 12시간 정도 자동화 설비에 의존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하지만 아들이 퇴근 후 밤 11시께 다시 농장을 찾아 버섯들을 살피고 정체된 공기를 환기시켜주는 작업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버섯이란 항상 들여다 봐야 한다는 걸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인은 설립 3년째가 되면서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강서시장, 인천구월시장, 수원시장 등을 비롯, 일부 식자재 판매뿐 아니라 ‘경기도 친환경 인증(G마크)’을 받아 오산·시흥·김포·파주 등 4개 지역의 친환경 학교급식 재료로도 채인의 버섯을 공급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수출이 어렵다는 느타리버섯 단일 품목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 호주에 이어 러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영국, 일본, 미국 등지에 해외 수출량을 넓혀가고 있다. 약 2년여간 수출된 채인의 버섯은 단 한 건의 클레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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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유 대표 사무실 한 켠에 걸려 있는 일정표에는 이달부터 9월 초까지의 수출 일정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40피트(feet) 분량의 미국 수출과 호주·싱가포르 등 채인버섯은 그야말로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유 대표는 "철저한 수분 관리를 통해 탄력 있으면서 싱싱한 버섯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수출 성공의 주된 요인"이라며 "중량을 늘리기 위해 물을 많이 주는 다른 버섯농가와는 다른 차별화된 재배 방식이 그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가 채인의 또 다른 성공 비결로 꼽는 것은 바로 농업과 제조업의 ‘융합’이다. 지난 20여년간의 제조업 경험이 그에게는 농장 경영을 위한 큰 무기가 된 것이다.

 그는 "농업도 충분히 제조업의 OS, 중장기 계획을 갖고 운영되는 경영철학이 필요하다"면서 "제조업 방식으로 엄격하게 품질·공정을 관리하고, 매일 각종 데이터를 기록하면서 개선점을 찾으려 한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프로세스 단계별로 버섯 생산을 관리한다. 보통 버섯의 유통 기한이 2주에 불과하다면 채인의 버섯은 두 달은 거뜬하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철저한 온도·습도·빛 관리와 저온 저가습 생산으로 버섯 조직이 치밀하다.

 채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모두 21명, 삼부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근로자다. 그는 농부이면서도 경영자로서 농장의 근로 환경 개선에 소홀함이 없다.

 국내 주요 관광지를 여행하는 프로그램 운영, 기숙사 제공 등 각종 복리후생을 통해 고용의 안정화와 작업 생산성 향상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버섯 최고 명가를 꿈꾸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유 대표는 오는 2020년 국내외 유통업체와 최종 소비자들이 느타리와 표고를 비롯한 주요 버섯 품종을 체험하고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는 대규모 버섯테마타운을 조성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그는 "모든 성과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 귀농과 농업이 무조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라며 "든든한 두 아들과 발전해가면서 향후 대한민국 최고의 버섯농장을 일구고 싶다"고 말했다.

 남궁진 기자why0524@kihoilbo.co.kr

  사진=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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