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9일 수원 경기도교육청 방촌홀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9일 수원 경기도교육청 방촌홀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내년부터 도내 전체 고등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야자)’을 폐지하기로 결정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야자’를 없애는 대신 대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지만 현 대입체제에서 오히려 사교육만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교육감은 29일 취임 2년을 앞두고 도교육청 방촌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입시 위주, 성적 위주, 성과 위주의 경쟁적 교육이 ‘야자’라는 이름의 비인간적·비교육적 제도를 만들었다"며 "2017년부터 도내 모든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방과 후인 오후 7∼9시에 대학과 연계한 가칭 ‘예비대학 교육과정’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는 학생들이 진로 탐구 및 인문학, 예술, IT 등 다양한 학문을 대학교에 방문해 배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 및 서울 외곽 소재 대학교와 시범적으로 연계할 예정이다.

이 교육감은 "대학교 입장에서는 학생 수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좋은 홍보 기회가 될 수 있고, 학생들에겐 꿈과 미래를 준비해 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이미 일부 대학과는 논의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야간 자율학습은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가 있으면 학교장이 판단해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파악한 도내 고교 야간 자율학습 참여율(주 4∼5일 참여)은 고교 1학년 19.3%, 2학년 17.9%, 3학년 23.8%로 평균적으로 10명 가운데 2명이 참여한다.

이 교육감은 "지역별 학교장 협의회를 진행하면서 야자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대체로 찬성하고 박수를 쳐 줬다"며 "현장의 기대에 힘입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자 폐지가 정착되기까진 여러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교육체제가 수능점수와 내신성적을 잘 받아야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성적 관리 이외의 학업에 관심을 갖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날 도교육청의 야자 폐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육 관련 주식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 교육감은 야자 폐지로 사교육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예비대학 교육과정은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교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추후 학점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들도 충분히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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