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허울뿐인 국제기구 유치 실적보다는 명분과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현재 인천에 위치한 국제기구는 총 13곳으로 오는 10월 입주 예정인 UN거버넌스센터까지 더하면 올해 말 기준 모두 14개의 국제기구가 인천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다수의 국제기구 유치로 인천시의 도시 브랜드가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부의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된 인천시가 명분만 쫓기 위해 무리하게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1조3천억여 원의 부채를 가진 인천시는 올해 66억 원의 예산을 국제기구에 지원하고 있으며, 13조2천억여 원의 부채로 최고점을 찍었던 2014년에는 82억여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특히 국제기구 유치를 위해 사업 초기 시가 무리하게 제시했던 약속이 아직도 시 재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시가 지난 2006년 유치한 UN APCICT(유엔 아·태정보통신교육원)는 지난해까지 해마다 100만 달러를 시로부터 지원받았고, 올해는 20% 줄어든 80만 달러(약 9억 원)를 지원받고 있다.

또한 2010년 들어선 UN ESCAP SRO-ENEA(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 동북아지역사무소)와 NEASPEC(동북아 환경협력 프로그램 사무국)는 두 곳 합쳐 지난해까지 한국 돈 16억여 원에 달하는 142만6천 달러를 지원받았고, 올해는 114만1천 달러가 지원된다.

이 외에도 UN CITRAL RCAP(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아태지역센터)에는 45만 달러가, UN ISDR ONEA(유엔 재해경감 국제전략 동북아사무소)에는 올해 7억6천만 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또 다른 문제는 시가 국제기구에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해당 국제기구에 상주하는 인원은 극히 적을 뿐더러, 일부는 국제기구가 아닌 곳임에도 국제기구로 포장해 숫자만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9천만 원이 지원되는 AFOB(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는 상주 인원이 2명이 불과하고,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아태지역센터는 5명, 유엔 재해경감 국제전략 동북아사무소와 국제전략 국제방재연수원은 두 곳이 합쳐 6명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UN기탁도서관 명칭으로 국제기구에 포함시킨 송도국제기구도서관은 국제기구가 아닌 미추홀도서관 직원이 파견된 분관이었다. 그나마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의 경우 인천시는 물론이고 지역 시민단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역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곳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제기구는 지역과 협력하는 사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가 국제기구와 보다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국제기구에서 근무했던 한 전문가는 "과거처럼 예산 지원을 대가로 무작정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것이 아닌 최소한의 비용으로 인천에 특화된 국제기구를 유치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국제기구와 ODA(공적개발원조)자금을 활용한 각종 협력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성화하는 방법도 구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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