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한 중재판결 날짜가 정해짐에 따라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은 이번 판결 결과가 자국에 불리하게 나오면 남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내달 1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남중국해 분쟁 판결을 내릴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필리핀은 2013년 중국 선박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된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에서 철수를 거부하자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PCA에 제소했다.

중국은 PCA의 이번 발표에 강력히 반발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오후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중재법정은 이번 사안 및 관련 사항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며 "심리 및 재판을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2013년 1월 22일 필리핀이 일방적으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을 때 중국정부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필리핀이 제기한 중재(소송)를 받아들일 수 없고,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PCA 관할권 문제를 제기해온 사실도 거론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갈등의 본질은 영유권 귀속 문제로 중재재판소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중국이 이번 소송에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는 판결 결과가 자국에 불리한 쪽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료 제출도 거부했다.

중국의 패소 결정은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중국의 주장을 한층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PCA는 필리핀측 신청에 따라 중국이 그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남중국해 9단선(南海九段線)'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9단선 안에는 남중국해의 80% 이상이 포함된다.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벌이는 국가들은 이 9단선을 근거로 중국이 남중국해 전체를 '내해'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중국은 이번 판결에 대응해 관련 국가들에 대한 '줄세우기 외교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이는 중국은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관련 국가들에 자국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PCA의 중재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20일 보도했다.

특히 판결문에 매우 불리한 내용이 포함될 경우,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유엔해양법협약(UNCLOS) 탈퇴 등 초강경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공과는 별개 개념인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선을 뜻한다.

2013년 11월 23일 동중국해 상공에 사상 처음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며 동북아시아의 안보지형을 뒤흔든 중국은 '공중안전위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얼마든지 방공식별구역을 남중국해와 서해(황해)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표명해왔다.

미국은 중국의 영유권 강화 행보에 맞서 항공모함 전단 등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는 상황이어서, PCA 판결을 계기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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