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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고려대교수/대만국립정치대학 방문학자
세상사가 항상 움직인다. 보이지 않게 정중동하는 세상사를 미리 분석하고 대비책을 만드는 것이 선각자나 지도자의 요건이 된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승인하는 국민투표 결과는 또다시 국제정치를 정치경제적으로 흔들고 있다.

 안보 면에서 가장 취약한 한반도의 반쪽짜리 나라 대한민국은 연일 경제적인 성취만을 자랑삼아 외치지만, 정작 안보의 불안정성 앞에서 언제든지 녹아내릴 수 있는 안보취약성에는 무덤덤하다. 북한이 또다시 사거리 3천500㎞까지 날아갈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시험의 성공에도 국회의 관련 상임위는 아직까지 열리지도 않고 정부의 관련 부처들만 내실이 부실한 엄포성 성명만 내고 있다. 하기야 지난 총선정국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했어도 각 당의 지도부나 후보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애써 외면하고 축소하면서 지역주의를 은근히 부추기며 부실한 구호만 만드는 경제공약만 나열하며 국가 어젠다의 우선순위에서 안보를 가장 꼴찌로 만드는 기가 막힌 정치의 퇴행성도 봐 온 우리들이 아니던가?

 지난 총선정국에서 각 黨(당)이 개발한 총선공약에서 안보는 거의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희미했고,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북한이 또다시 안보리(UNSC) 중심의 국제사회 제제 결의를 무시하고 버젓이 核(핵)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을 실험 발사해도 그 인식 행태가 금세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많던 국회의원 후보들 중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기화로 당선되면 북핵을 방조하거나 북핵을 두둔한 원인을 규명하는 북핵 청문회를 개최해 국기를 바로 세우겠다고 공약한 후보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안보가 이렇게 북한이라는 전체주의 집단에게 이리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그동안 四分五裂(사분오열)돼 단합된 목소리도 일관되게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핵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라는 현실 인식이 체계적으로 결여된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의 대처수준이나 인식은 분단국가의 국민이라고 하기엔 한참 맞지가 않는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사드(THAAD)의 배치를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하는 정치세력들이 여전히 명분을 갖고 국가의 국방대비 능력을 하향평준화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하는 이야기는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해선 안 된다는 아주 애매모호한 근거를 대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평소 중국이 최소한 인류의 양심을 대변하는 평화유지활동의 대명사인 유엔의 안보리가 합의한 결의안만이라도 충실하게 이행하는 국가라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겉으로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북한의 핵 문제에서 협조하는 모양새를 그동안의 6자회담이나 다른 외교경로를 통해 유지하지만, 이번에 북한과 중국 그리고 파키스탄이 은밀한 삼각거래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도와온 현실이 드러난 지금 우리는 이 냉엄한 현실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까지 표피적으로 나타난 현실만 봐도 우리는 북한의 핵 문제, 미사일 문제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그 책임은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국민들 모두에게 있다. 너무나 경제적 성취만 自화自讚(자화자찬)하면서 우리 스스로 한미동맹의 이점도 잘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균열된 형국을 조장하면서 안보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한민국의 국론 분열이 안보 문제에서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많은 애국인사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수정권 10년 동안 정부는 어떤 일을 해 온 것인가? 물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이리 엄중하다고 할 것이다. 이쯤 되면 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懷疑(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애국심이 결여된 사람들은 공직에 나가서는 안 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나라와 민족의 安危(안위)를 위해 헌신해 온 그 숭고한 뜻을 국가는 지금보다는 백 배, 천 배 더 기려야 할 것이다.

 근거 없는 선전·선동으로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을 ‘우리민족끼리’라는 위장된 논리에 가두고 지금 하루하루가 더 빨리 진행되는 북한의 대남 핵위협, 미사일 위협, 생화학무기 위협에 방치한 잘못된 흐름들에 대해 후대의 역사는 반드시 물을 것이다. 이쯤 됐으면 우리 국민들부터 정신 차리고 스스로 더 점검하면서 그들의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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