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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레스메이커’는 호주 대표 여성 작가이자 문학교수인 로잘리 햄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가상의 마을 던가타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드레스로 복수한다’는 신선한 스토리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오늘은 이를 영화화한 작품 ‘드레스메이커’를 소개한다.

 언뜻 복수의 도구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 패션을 무기로 과연 우리의 주인공은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틸리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외톨이 소녀였다. 아버지가 불분명한 채 태어난 그녀는 엄마와 함께 언제나 마을 사람들에게 업신여겨졌다.

 그러던 어느 날 틸리와 같은 반 남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죽음의 중심에는 틸리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졸지에 ‘살인범’으로 몰린 그녀는 홀로 마을에서 추방되는 고통을 겪게 된다. 그로부터 25년 뒤인 1951년, 틸리는 멋쟁이 패션디자이너가 돼 귀향한다.

 남루한 시골마을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던 틸리의 패션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처럼 마을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기성복이 아닌 고객 한 명, 한 명의 취향과 신체적 특징을 잘 살린 그녀의 독창적이고 정교한 의상은 사람들 마음 깊이 내재한 아름다움과 욕망을 분출시킨다.

 과거 미운 오리새끼였던 틸리는 이제 마을의 스타로 떠올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그리고 사랑마저 쟁취한다. 자신이 없는 동안 엄마를 살뜰하게 보살펴 준 친구 태디와도 연애를 시작하며 이제 그녀의 인생은 어두운 과거와는 결별한 듯 보였지만, 영화는 끝날 것 같은 지점에서 본격적으로 틸리의 목적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와 엉뚱한 전개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채의 향연으로 가득 찬 영화 ‘드레스메이커’는 억울한 누명을 벗고 통쾌한 복수극에 성공할 수 있을까?

 코미디와 로맨스, 복수극과 판타지가 한데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화 ‘드레스메이커’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한 작품이다. 신선한 소재로 시작해 진부한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다시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며 예상 밖의 상황들이 펼쳐진다. 복수를 위해 왔다지만, 틸리의 진정한 목적은 억울한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 싶은 것인지 혹은 비난받았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채 영화는 진행된다. 그 전개는 따라갈 수는 있으나 납득할 만한 지점을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을 비롯한 주디 데이비스, 휴고 위빙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안정적인 호흡 덕에 영화는 가까스로 비상착륙에는 성공한다.

 어쩌면 이 작품은 ‘우리’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집단이기주의와 약자를 향한 사회적 부조리와 폭력성을 말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진심으로 느끼기에는 작품의 깊이가 한없이 얕고 그 표면은 지나치게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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