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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인류 역사를 바꾼 인공수로의 대명사는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가 꼽힌다. 19세기 유럽의 양대 강국 영국과 프랑스는 수에즈운하 건설을 두고 찬반으로 갈려 대립했다.

모두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과 자국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파나마운하는 이런 갈등을 겪지는 않았으나 난공사(難工事)의 어려움을 겪고 마침내 콜럼버스 시대 이후 신대륙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 파나마운하가 지난달 브렉시트로 세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102년 만에 획기적인 확장 공사를 마치고 새로 개통됐다. 이번 확장공사는 통항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나 세계 해운 물류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우선 규모에서 기존의 파나마운하가 독(dock)의 길이 304.8m, 폭 3.5m, 깊이 12.8m 이었기에 7만t급이나 4천 ~ 5천 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이 지날 수 있었는데 비해 새로운 시설은 길이 427m, 폭 55m, 깊이 18.3m로 20만t급이나 1만4천~1만8천 TEU급이 무난히 통과할 수 있게 돼 선박 대형화 추세 이후에 건조된 각종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LNG선 등이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제 새로운 파나마운하를 지날 수 없는 선박은 세계의 선박 가운데 3% 정도라는 점이다.

 19세기 미국 동부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수월하게 갈 수 있는 교통로를 염원한 초기의 파나마운하가 이제는 미국의 셰일가스와 결합한 새로운 에너지 동맹을 가능케 하는 국제적 정치·경제의 전환점으로 부각됐다는 의의도 규모의 변화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그 주요 대상은 물론 우리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라는 사실이다.

 즉, 세계의 원유 가격이 폭락하면서 2010년 초기에 미국의 경제 활황을 이끌었던 셰일가스 산업이 위기에 빠진 듯했으나 에탄올을 분리해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것이 원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셰일가스 산업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석유화학산업이 부활하고 있으며 이렇게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의 셰일가스와 베네수엘라 등의 원유가 대형 선박을 통해 새로운 파나마운하를 거쳐 동북아시아로 공급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대(對)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대폭 낮아지는 것은 물론 시베리아의 천연가스 도입 필요성도 약화된다.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의 기존 동맹체제에 에너지 동맹까지 포괄하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파나마운하 ~ 태평양 ~ 동북아시아 해상통로가 새로운 국제 환경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중국은 이런 변화를 우려해 이미 2014년에 니카라과 운하 건설에 들어가 미래의 물류 패권 경쟁에 뛰어든 바 있다. (니카라과 운하의 준공 예정은 2019년) 물류 경쟁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세계 3대 조선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조선업의 변화, 해운업계의 혁명적 변화는 물론 에너지 공급망에 있어 상상하기 어려운 혁명이 일어나리라는 예측이다.

일본은 이미 LNG 전용선 60척을 신규로 건조키로 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해운업계부터 크게 긴장하고 있다.

 국내업계가 미주 노선에 운항하고 있는 선박이 대부분 4천 ~ 5천TEU급이기에 1만5천TEU에 주력하는 머스크라인 등이 새로운 파나마운하 이용으로 옮기고 있어 경쟁력은 불 보듯 약화될 게 뻔하고 운임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한다.

조선업계도 초대형 선박을 발주해 구조 조정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얻을 수 있을 텐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적극적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니카라과 운하 건설 도전이나 일본의 신규 선박 건조 등의 발 빠른 대응을 바라보는 관련 업계의 시선은 매우 착잡하다.

결국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평범한 지적을 탈출구로 삼아 새로운 에너지 동맹의 가능성, 그러니까 시베리아 천연가스의 필요성 약화나 대 중동에너지 의존도의 약화, 여기에 중국의 반응 등을 고려한 해운업, 조선업을 비롯해 국제 무역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 대책이 향후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게 될 것인지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는 하루가 멀다하고 지각변동하는 오늘이다. 우리는 바짝 정신 차려야 하지 않을까.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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