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직전의 대북 첩보보고를 둘러싼 군 관계자들의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국방을 책임진 군 고위인사들이 공개된 장소인 국정감사장에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것은 실망스럽기까지하다. 철저하게 비노출로 업무를 수행하는 첩보부대의 장이 군 기밀서류까지 흔들어 보이며 정보보고 내용을 공개한 것도 군의 조직을 책임진 장성으로서의 적절한 태도인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다. 지금까지 군 첩보부대장이 국감장에 직접 나와 국감을 받는 자체가 흔치않은 일이며 국방부내 다른 간부가 일괄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첩보부대장의 국감장 출석조차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점에서 이번 논란은 예고된 `불상사'일 수 도 있다. 국방부 산하 전 부대가 국감의 대상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국방부나 국회 양쪽 모두 첩보수집을 주임무로 하는 부대의 노출을 염두에 둔 대비와 배려가 없었다는게 아쉽다.

대북첩보를 담당하는 부대의 부대장인 한철용 소장은 `서해교전 이전에 북한군의 도발징후를 담은 첩보를 보고 했으나 당시 김동신 국방장관이 이를 묵살하고 보고서의 내용도 수정토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장관은 보고서에는 북한의 도발을 결정적으로 암시하는 내용은 없었으며 혼란을 막기위해 정보본부에서 확실히 정리해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지 보고내용을 묵살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서로의 주장이 확연히 엇갈리고 있어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스럽지만 만의 하나 북한군의 도발징후를 묵살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도저히 묵과 할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당시 북의 기습공격으로 꽃다운 젊은이 20여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그냥 넘길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은 항시 상대방의 동향을 감시하고 이상징후가 엿보일 경우 만반의 대비를 하는것을 주요 임무로하고있다. 그런점에서 국방당국이 한소장의 주장에 대해 특별조사단을 구성, 조사에 나서기로 한것은 적절한 조치로 여겨진다.

특별조사단은 당시 첩보부대에서 보고한 첩보내용이 정확히 어떤것이었는지 부터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정보보고서에 누가 보더라도 도발징후를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여부부터 가리는것이 순서라고 본다. 묵살지시 의혹은 다음 차례다. 보고내용이 단순침범이 예상되는 모든 가능성을 열거하고 있었다면 이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며 이상징후가 포함돼 있었는데도 이를 가벼이 넘겼다면 군 고위층의 정보판단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관련자들의 주장이 서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질 일이 드러나면 철저히 책임을 묻는게 마땅하다 할 것이다. 이런 논란은 더 이상의 되풀이가 용납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보업무 특성상 관련 기록과 서류 등이 잘 보존돼 있을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사단의 의지에 따라 빠른 시일내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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