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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인천환경공단 이사장
우리 세대가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의 음식문화의 특징으로 ‘푸짐하고 넉넉한 상차림’ 또는 ‘손님을 맞이하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야 한다’라든가, ‘음식은 남기는 게 미덕이요 예의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오랜 기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음식문화의 DNA(디옥시리보핵산)는 지금도 우리의 몸속에 굳건히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농업이 발달해 쌀과 잡곡, 채소류가 다양하게 생산됐고 수산물이 풍부하고 이를 이용한 조리법도 발달했다. 그에 따라 장류, 김치류, 젓갈류 등 발효식품과 식품저장 기술이 일찍부터 개발됐다. 이는 그만큼 미각이 뛰어나고 음식문화가 앞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식품의 생산·유통·가공·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수·축·해산물 쓰레기와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를 말한다. 최근 인구 및 가구 수 증가와 생활 여건의 향상, 국물 음식, 식생활의 패턴 고급화, 푸짐한 상차림, 특히 수많은 반찬 종류 등으로 음식물 낭비 요인이 증가함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도 증가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체 쓰레기 발생량 연간 500만t의 3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선진국인 미국 25%, 영국 19%, 독일 28%보다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하루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1만4천t으로 전체 음시물의 ¼에 해당하는 양으로서 북한 주민 절반 이상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2010년 기준 1인당 하루 발생량이 0.29㎏으로 선진국인 프랑스 0.16㎏, 스웨덴 0.086㎏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다.

 한편 음식물 쓰레기 발생은 유통 및 조리과정 쓰레기 57%, 먹고 남긴 음식물 30%, 보관 폐기 9%, 먹지 않은 음식물 4%로 분류된다. 발생원별로는 가정 및 소형 음식점이 70%, 대형음식점이 16%, 집단급식소가 10%, 유통단계 4% 순으로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이 95%, 소각 2.5%, 재활용 2.1% 순으로 처리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환경훼손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낭비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 피해로는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 수거 및 처리 시 악취 발생, 고농도 폐수로 인한 수질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 비용으로 연간 약 20조 원(2010년 기준)에 이르는 식량자원의 낭비와 9천억 원의 처리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문제로는 국내 자급률이 낮은 농·수·축·해산물 수입을 위한 막대한 외화가 지출되고 있다. 또한 음식 재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질오염원, 토양오염원과 바다오염원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의 현황을 살펴보자. 음식물 쓰레기가 연간 234천t(641t/일)이 배출되고 있다. 그 중 28.4%에 해당하는 66천t이 송도사업소와 청라사업소에서 처리되고, 71.6%에 해당하는 168천t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처리하고 있다. 극히 일부는 사료생산으로 재활용하려 하고 있으나 높은 염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음폐수(飮廢水)는 고농도의 폐수로서 악취 및 수질 오염원으로 해당 지역 주민의 고질적인 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대책으로 정부는 제도적 차원에서 지난 1982년 ‘주문식단제’를 도입해 대대적으로 음식문화를 개선하려 시도한 적이 있다.

 또한 1995년 ‘쓰레기 종량제’ 그리고 2013년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환경사랑음식점’ 제도, ‘빈 그릇 운동’, ‘남은 음식 ZERO 운동’,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101가지 실천 방법’, ‘음식문화 개선 토크 콘서트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다양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평가는 ‘쓰레기 종량제’와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만 나름대로 효과를 내고는 있으나 그 외는 이벤트성으로 그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음식문화에 대한 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게 최선책이라고 본다. 그러나 수천 년간 형성된 민족적 음식문화 속성을 단기간 내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적 딜레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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