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자작나무 숲 
안명옥/리토피아/127쪽/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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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있는 안명옥 시인의 시집이 출간됐다. 서정시집 「칼」, 서사시집 「소서노」 등에 이은 그녀의 4번째 시집이다.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과를 졸업해 2002년 ‘시와 시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성균문학상 우수상’, ‘바움문학상 작품상’, ‘만해님 시인상 우수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자 동화작가다.

 15쪽에 대표작 ‘자작나무 숲’이 나온다.

 "어둠은 포근해서 좋다/ 먼 길을 걸어왔지만/ 뜨거운 짐승처럼 웅크린/ 자작나무 숲이어서 오래 걷는다/ 추운 곳에서 자라는 습성을 가진 자작나무/ 젖어서 더 활활 타 오른다지/ 축축해진 길바닥에 눕는 달/ 어둠의 자식들일수록 눈빛이 살아 있다."

 78쪽에 나온 시 ‘착해지지 않아도 돼, 이젠 뭐든’도 평이 좋다.

 위로와 치유를 전하는 그의 시세계를 한명희 시인은 발문에서 이렇게 전하고 있다.

 "뜨거운 자작나무 숲의 많은 시들이 나에게 슬픔을 전염시켰지만 ‘착해지지 않아도 돼, 이젠 뭐든 다 이해해’라는 한 구절이 특히 나를 울렸다. 그녀에게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아니,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악착같이 착하게 살아왔다는 건 안다. 내가 아주 잘 안다. 그런 시인이 착해지지 않아도 돼, 이젠 뭐든 다 이해해라고 말할 때 그것은 내게 ‘그동안 참 수고했다. 이제는 좀 천천히 살아도 돼’라는 위로와 격려의 말로 들렸다. 그래서 착하게 살아오지 않은 나조차 울컥해졌다. 물론 그녀는 이 말을 하면서 남들을 위로하고 제일 끝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으리라."

 읽어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시 ‘양파’를 좋아할 만한 사람들도 많을 듯해 소개한다.

 "여자만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양파 몸을 벗길 때마다/ 양파는 나 대신 운다/ 미끌미끌한 것은 양파의 유머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양파의 자유다/ 양파는 칼날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수많은 실핏줄을 감추고/ 몸 속 깊이 자궁을 숨기며/ 파란 싹을 피워내고 있다/ 양파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해맑은 표정 속/ 매운 향기가 쟁여 있다/ 연애 한 번 하자고 옷을 벗기다가/ 내 속을 들여다보고/ 당신은 자꾸 울었다."

사과밭에서 그가 온다
권순/리토피아/160쪽/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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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리토피아’ 신인상 수상자인 권순 시인이 최근 책을 냈다. 현재 인천에 살고 있는 그는 ‘현상’과 ‘막비’ 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시를 읽으며 무심히 스쳐 지나 온 시간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이경림 시인의 평과 함께 권순 시인의 대표작 ‘다리의 다리를 보았다’를 소개해 본다.

"구절초 하얀 길에/ 좁다란 다리 하나 있다/ 발목은 부러질 듯 아슬하고/ 녹슨 철골 앙상한 종아리는 자꾸 부서져 내린다/ 거뭇하게 더께 앉은 저 다리 아래/ 물의 살이 다리의 종아리를 갉아 먹는다/ 다리에서 떨어져 나간 자갈이/ 물의 살에 밀려 자그락거린다/ 누가 입에 물었다 뱉어 놓았는지/ 아랫도리에 멍이 든 갈대들/ 다리의 다리를 빠져나온 바람이 쓸고 간다/ 바람이 물의 살을 삼키려 한다/ 다리의 다리를 보았다/ 샛강 낮아진 날 보았다/ 다리의 다리가 위태로웠다."
 
내 아이가 듣고 싶은 엄마의 말
민병직/더난출판사/251쪽/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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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긍정의 말을 먹고 자란답니다. 아이의 잘못을 탓하는 감정적인 ‘나-메시지’보다 사실 그대로만을 전하는 ‘너-메시지’가, 또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는‘공감 언어’가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하며 재능과 창의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답니다."

용인시에 위치한 삼가초등학교 민병직 교장이 30년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며 얻어낸 경험과 지혜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엄마들에게 ‘긍정의 말 습관’을 강조한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 등과 같은 엄마의 부정적인 말은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 보렴", "엄마는 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데?" 등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는 ‘공감 언어’를 사용하길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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