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실패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매번 잘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실패를 각오했고, 잘 안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고 했어요."

'실패'를 예상했다는 소속사의 고백이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다.

6회 만에 전국 시청률 20%에 0.3%포인트 모자란 성적을 냈다. 방송사와 광고주가 주목하는 수도권 시청률은 이미 20%를 넘어섰다. 물론 광고는 완판 행진이다.

SBS TV 월화극 '닥터스'의 주인공 박신혜의 승승장구가 이어지고 있다. 2013년부터 4년째 내리 성공행진이다. 난다 긴다는 톱스타들로서도 절대 쉽지 않은 성적표다.

20대 여배우 기근으로 방송가가 아우성을 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스물여섯 박신혜의 활약이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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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집 꽃미남' '상속자들' '피노키오' 이어 '닥터스'까지

박신혜가 주인공을 맡아 히트작 행진을 시작한 때는 2013년이다.

tvN '이웃집 꽃미남'과 SBS '상속자들'이 나란히 그해 터졌다. 이어 2014년 SBS '피노키오'를 성공시킨 그는 다시 현재 '닥터스'로 흥행몰이 중이다.

그사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비밀 병기' 역할을 했던 영화 '7번방의 선물'이 관객 1천200만 명을 모으는 대박을 친 것도 박신혜의 위상을 상승시켰다.

물론 앞서 지난 2009년 장근석과 호흡을 맞춘 SBS '미남이시네요'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흥행하면서 '덜컥' 한류스타가 된 그이지만 아직은 어렸다.

뒤이어 선보인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과 MBC '넌 내게 반했어'(2011)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그런 그가 스물셋이 된 2013년부터 한 작품을 책임질 여주인공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캐스팅 1순위로 올라섰다.

'이웃집 꽃미남'의 은둔형 외톨이 고독미, '상속자들'의 캔디형 여고생 차은상, '피노키오'의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하는 열혈 기자 최인하를 잇따라 소화해 내는 박신혜의 모습은 예뻤고, 믿음직스러웠다.

2013년은 아역배우 출신인 그가 데뷔 10년을 채운 해이기도 하다. 10년 경험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동급 최강의 연기력을 겸비했던 박신혜는 이때부터 20대로 접어든 여배우가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과시했다.

'이웃집 꽃미남'을 끝낸 직후 "아역의 이미지를 벗으려고 힘겹게 노력하지 않고 내 나이에 맞게 조금씩 성장해 간 것 같다. 지금은 소녀와 숙녀 사이의 경계에서 숙녀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말했던 박신혜는 3년이 지난 현재 어떤 모습도 어울릴 아름다운 아가씨가 됐다.

◇ '센 언니'로 돌아온 박신혜…이미지 변신으로 성공신화 이어가

'닥터스'의 1회에서 박신혜가 보여준 모습은 낯설었다.

살이 많이 빠진 데다 싸움에 일가견이 있는 액션 여전사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그간 유지해온,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청순한 소녀의 이미지를 단숨에 깨버린 선택에 어색함과 실망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박신혜는 모든 논란을 연기력으로 극복했고, 원래부터 액션이 잘 어울렸던 듯 기름기 없는 '센 언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는 10일 "지난 3년 실패한 드라마가 없고 모든 일이 다 잘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한 번쯤 망할 타이밍이라고 주변에서도 말했고 우리도 늘 성공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서 차기작을 고르면서 실패하더라도 멋지게 실패하자는 생각으로 정극인 '닥터스'를 골랐다"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박신혜가 '닥터스'를 선택한 것은 애초 제목이 '여깡패 혜정'이었던 이 드라마의 주인공 혜정이 수동적인 여성상이 아닌, 적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남자에 기대지 않고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껏 박신혜가 보여주지 않았던 '한 주먹'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점수를 받았다.

그 판단은 주효했다. 이종격투기 선수처럼 하이킥과 어퍼컷을 날리면서 조폭과 16 대 1의 싸움을 하는 혜정의 모습은 발칙하고 신선하다.

의사로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점만으로도 눈길이 가는데, 혜정은 수술실 밖에서 칼 든 괴한과의 격투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짜릿함을 안겨준다.

멜로의 상대역인 김래원을 첫 만남에서 업어치기로 제압한 것은 이미지 변신에 대한 박신혜의 선언으로 다가왔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여주인공 혜정이 유약하고 순진한 캐릭터가 아니고, 요즘 말로 '걸 크러시'의 매력을 뿜어내 시청자가 흥미를 갖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박신혜는 시의적절한 변신으로 '한 번쯤 망할 타이밍'을 비켜나가며 성공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 누구와도 어울리는 멜로호흡…송혜교 뒤 잇나

'태양의 후예'가 흥행하면서 대중이 새삼 깨달은 게 있다. 배우 송혜교(34)의 매력이다. 송중기가 떠오른 스타였다면 이 드라마에서 송혜교는 그가 어떤 남자 배우와도 최상의 멜로 호흡을 연출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만천하에 확인시켰다.

연타석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신혜가 송혜교의 바통을 이을 재목으로 떠올랐다.

박신혜는 장근석, 이민호, 이종석, 정용화, 윤시윤 등 서너 살 차이가 나는 남자 배우들에 이어 '닥터스'에서 9살 차이가 나는 김래원과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호흡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칫 나이 차에서 오는 간극이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박신혜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김래원과 '달달한' 로맨스를 연출한다.

역시 아역배우 출신 송혜교가 오랜 경험과 타고난 미모를 바탕으로 연상은 물론, 세 살 연하인 송중기와도 이보다 달콤할 수 없는 조화를 이뤄냈듯, 박신혜 역시 누구와 붙여놓아도 물처럼 상대방에게 스며들며 매번 최상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소속사 솔트엔터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박신혜가 누구와도 어울리는 케미를 발산한다는 게 다시 증명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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