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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환 인천대 객원교수/미래변화예측연구소 소장
인간이 동물과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문명을 이루는 것이다. 동물과 곤충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들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삶의 방식들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발견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자연 현상을 관찰한다. 관찰된 자연 현상들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세운 기준에 의해 기록된다. 이 기록 결과는 어떤 연구자가 관찰하든 같은 자연 현상에 대해 동일해야 한다.

따라서 과학에서는 ‘관찰’보다는 ‘관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관측’이란 온도계, 체중계 등과 같은 측정기를 이용해 자연 현상을 측정하는 것이다. 측정기를 통한 관측을 ‘실험’이라 하며, 과학의 객관성과 재현성을 확보한다. 자연 현상의 숨겨진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얻어진 관측 결과를 분석해 가설을 세운다. 이 가설이 논리적으로 수리적으로 잘 진술돼지면, 관측된 현상의 ‘이론’으로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이론들은 두 패턴의 경로를 걷게 된다. 그 이론의 타당성이 결핍되면 그 이론은 소멸되거나, 다른 이론으로 대체된다. 그러나 계속적인 실험을 통해 그 이론의 타당성이 확보되면 그 이론은 발전적이고 일반화된 이론으로 나아가고, 최종에는 ‘법칙’으로 불리운다. 동물과 곤충의 삶의 방식 중 가장 미스터리했던 것이 꿀벌과 개미의 사회적 조직이다. 꿀벌과 개미는 하나의 객체로서가 아니라 마치 큰 모자이크 그림처럼 객체로 이뤄진 객체군으로 구성돼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꿀벌과 개미 모두 여왕벌(여왕개미), 수벌(수개미), 일벌(일개미) 등 3계급으로 구분돼 있다.

꿀벌과 개미가 이런 사회적 조직을 갖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이 있었다. 20세기 후반 들어, 복잡계(complex system) 과학을 통해 그 비밀이 밝혀졌는데, 그들의 사회 조직은 복잡계 조직을 이루며 효율적 역할 분담으로 인해 잘 정비된 사회조직을 이루는 창발현상을 발현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이러한 효율적인 사회 조직은 벌꿀이나 개미가 학습을 통해 취득되어져 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진화로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진화는 연속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창발현상은 비선형적이고 특이점 특성을 갖고 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현대 물리학의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고전 물리학의 뉴턴 역학을 기반으로 한 환원주의적이며, 인과론적 결정주의적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특히 복잡계 과학은 환원주의적이고 진화론적 사고 방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자연의 특이점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 복잡계 과학은 20세기 후반을 지나 현재까지, 자연에 존재하는 창발현상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현상에서 발견되는 창발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빅 데이터(Big Data)’도 수많은 자료들이 창발현상을 발현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됐다. 인류 문명을 농업화 사회, 공업화 사회, 정보화 사회, 후기 정보화 사회 등으로 구분하는 각 단계는 연속적이거나 선형적이지 않다. 농업화 사회에서 공업화 사회를 예측할 수 없으며, 공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를 예측할 수 없다. 즉 각 단계를 넘어가는 상황은 특이점 상황이며,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이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사회를 이해할 수 없으며, 또한 적응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20세기는 농업화 사회, 공업화 사회, 정보화 사회, 후기 정보화 사회가 혼재된 시기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1950년 이전 농업화 사회, 60~70년대 공업화 사회, 80년 후반 이후 정보화 사회를 걸쳐, 현재 최첨단 정보화 기술을 갖춘 후기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 후기 정보화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은 초연결 인터넷으로서 초연결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초연결사회의 위험성은 바로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창발현상의 발현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후기 정보화 사회의 개념을 잘 인지하고, 사물인터넷의 사회적 파급영향을 잘 파악해 초연결사회의 위험성을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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