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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목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인천시장 민선 6기 2주년을 맞은 인터뷰에서 인천주권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천시민에 있어서 선언적 의미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인천시가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개항 이후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그 비중에 걸맞은 위치를 찾지 못해 온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던 터였다.

 이 모든 것이 그리 순탄치 않았다는 것을 인천시민들은 알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보다도 인천시의 재정문제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서 부각된 인천시의 재정문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부채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인천시민에게 재차 큰 충격을 줬다. 지방자치 시대에 재정주권을 중앙정부에 넘겨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힘 있는 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유정복 시장에 대해서도 그 막대한 인천시의 부채를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인천시장의 자리는 능력 여하를 떠나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당선된 순간부터 재선을 위해 뛴다고 하지 않는가. 시민들은 인천시민과 인천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지만 정치인들이 그와 반대되는 결정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자신의 치적을 세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일회성 행사를 유치하고 전시성 행사에 집중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007년 말 국제금융 위기 속에서도 지하도시와 초고층 쌍둥이빌딩 건설을 내세운 루원시티 개발, 인천시 도시축전, 취소와 재추진 그리고 취소 등을 거듭했던 검단 2신도시 건설 계획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최악 상황의 정점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정복 시장은 인천시의 부채가 2014년 13조1천685억 원에서 2015년 11조5천325억 원으로 지난 2년간 1조6천360억 원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가 자연스럽게 부채 감소기로 접어들었을 뿐이라거나, 감소된 부채의 내용이 의심스럽다는 등 폄훼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노력 없이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언젠가 인천시가 주최한 애인토론에서 한 테이블에 동석한 인천시의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토론 중간 중간에 인천시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장애인 단체에 대한 시비 지원이 줄었다는 이유였다. 인천시민의 고통분담이 있었음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해 말 어느 모임에서 유정복 시장은 인천시 예산편성을 위한 부서장 회의를 끝내고 왔다고 했다. 사업 하나 하나를 짚으면서 토론을 통해 몇 십만 원의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수조 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인천시장의 입장에서 몇 십만 원의 예산을 직접 챙기는 것은 보는 이에 따라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의 피와 같은 세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절실함이 있었기에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감소되는 기조에서도 인천시는 오히려 대폭 증가된 보통교부세를 받아낼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인천시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재정부문에서 보인 성과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는 인천시민의 민생을 챙겨야 한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서 보았듯이 세대간의 갈등, 그 중심에 있는 청년실업에 대해 국가적인 대처 이전에 인천시의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3개 경제자유구역과 이외의 낙후된 원도심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인천시 특유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많은 인천시다. 대기업에 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국가 대책 이전에 인천시부터 활성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인천시의 인천 주권선언은 자칫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던 인천시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시작을 했으니 이제 인천시민행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더 주마가편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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