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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일열 서정대 교수
며칠 전 올 여름 휴가철에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여름휴가에는 바다로 산으로 피서를 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으로 피서를 대신하는 게 요즘 추세인 듯하다.

 휴가를 가면서도 책을 갖고 가기도 하며, 이런 걸 보면 여름이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인가 보다. 나만 해도 몇 해 전부터는 여름휴가를 책을 읽으며 보낸다. 여름휴가에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하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도 골랐다. 올해 사뒀던 책에서 골라 5권 정도를 책상에 쌓아놓으니 이미 다 읽은 것처럼 뿌듯하고 추천한 책에서 두세 권 구입해 7~8권 목록을 확보했다.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빅 데이터…, 이런 분야의 책을 이번 여름에는 읽을 것이다. 여름휴가에는 전공분야에서 벗어나 사회의 흐름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자주 보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알려면,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책들은 읽는 데 부담이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의무감이 없다는 것이 강점으로 읽다가 싫증나면 그대로 덮어둔다.

 억지로 읽다가 책 읽는 것 자체가 싫어질 수 있으니, 그쯤해서 그만두고 다른 책을 펴고, 그렇게 해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고서야 덮는 책을 찾아 그 책부터 보는 것이다.

 이런 책일수록 집중이 잘 돼 책에 흠뻑 빠지게 되고 휴가 때 하는 독서는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생각했던 바가 책에 있으면 반갑고 동류의식을 갖는 것이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 있으면 놀란다. 같은 사안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그 순간 내 생각이 확장되며, 그런 곳에 밑줄을 긋고 책에 메모를 해 저자의 주장과 내 생각을 비교해 이렇게 읽다 보면 두세 시간이면 다 읽게 된다.

 이렇게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은 다 읽은 후에 진정한 독서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읽을 때는 저자의 주장하는 바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다 읽고 나서는 저자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주장의 타당성 등을 정리한다.

 이때는 책을 다시 펴서 밑줄 그었던 대목, 메모를 쭉 보면서 책의 내용을 상기하며 요약해 밑줄 그은 문장은 왜 밑줄을 그었는지, 메모를 한 곳은 왜 이런 메모를 남겼는지 생각하며, 다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적어 놓는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책을 통해 내 생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이렇게 생각이 뻗어나가면서 나중에는 전혀 다른 결론에 다다르기도 하며, 이것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맛보는 ‘발견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저자의 주장이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독서의 목적은 아니다. 책을 읽은 독자인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중요하며,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그것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나에게 변화가 없다면 책을 읽었어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었다면, ‘읽기 후의 나’는 ‘읽기 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그리고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해 본다.

 이런 것들이 당장에 명쾌하지 않아도 그런 생각을 하면 언젠가 알게 된다. 책을 읽은 뒤 또 하나는 중요한 일이 남아 있는데 계속하여 되풀이해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것이다.

 영국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어떤 책을 읽고 또 읽는 데서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면 그건 아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이다"라고 했다. 가까이 두고 수시로 읽고 싶은 책, 그런 책을 발견하는 건 대단한 행운으로 이런 책은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게 따로 모아 두고 수시로 읽는다. 이런 책이 많을수록 행복해진다. 올 여름은 매우 무더울 거라고 한다. 여름 한철 독서로 피서를 하는 건 어떨지 책으로 보내는 여름휴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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