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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드라마 코드 중 연애 이야기의 최고봉은 이뤄질 수 없는 애틋한 로맨스일 것이다.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사회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커플.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불 보듯 뻔한 비극적 종착점과 모질고 따가운 세상의 비난. 하나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운명적 교감으로 하나가 되길 간절히 염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너무 뻔하고도 식상한 스토리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와 같은 서사에 몰입되고 빠져든다.

그 까닭은 다양한 이유로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세상사 넘어 우리가 선뜻 가지 못하는, 그러나 한 번쯤 가 보길 꿈꿨던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은 아닐까! 오늘은 바로 비극적 사랑의 원형이라 전해지는 서양 러브로맨스의 고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2007년 동명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잉글랜드 한 부족의 아들이었던 트리스탄은 어린 시절 적국 아일랜드의 침입으로 부모를 잃게 된다. 그리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콘월의 왕 마크는 어린 소년을 거두게 되고, 이후 소년은 용맹한 청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성인이 된 트리스탄은 또다시 침략한 아일랜드 군과의 대결에서 영웅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그러나 독약이 묻어 있는 적군의 칼날이 그의 몸을 스치는 바람에 목숨을 잃게 된다.

전쟁 영웅 트리스탄은 당시 장례 풍습에 따라 배에 실려 바다로 떠내려가게 되는데, 정처 없이 떠돌던 작은 배는 아일랜드의 바닷가 모래사장에 정박하게 된다. 마침 바닷가에 나와 있던 아름다운 이졸데는 떠내려온 청년의 심장이 미약하나마 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며칠간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준다. 이후 건강을 되찾은 트리스탄은 자신을 구해 준 여인의 이름도 모른 채 잉글랜드로 귀향한다.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트리스탄은 자신을 아들처럼 사랑해 준 콘월의 마크 왕에 대한 보답으로 한 검술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그 대회의 우승자에게는 아일랜드의 공주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는 부상이 주어지는데, 트리스탄은 특유의 용맹함으로 승자가 되고 그 부상을 주군인 마크 왕에게 바친다.

그러나 아뿔싸! 그가 전한 아일랜드의 공주가 바로 자신을 간호해 준 이름 모를 아가씨였던 것이다. 이를 알게 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깊은 시름에 빠졌고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불륜의 길을 걷게 된다.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원수의 딸이자 생명을 되돌려준 은인, 게다가 충성을 맹세한 주군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트리스탄의 비극적 운명은 기적처럼 극복될 수 있을까?

아더 왕의 전설과 함께 중세문학의 정수로 손꼽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탄생 이래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예술장르에서 재해석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우리에게는 바그너의 동명 음악극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사가 더욱 친근한데, 영화는 바그너의 작품과는 달리 사랑의 미약을 마시고 연정에 빠지기보다는 꺼져가는 생명을 구해 주다 사랑이 싹트는 보다 현실적인 전개로 펼쳐진다.

비록 세세한 묘사에는 차이가 있지만 금기와 불가능을 먹고 자라는 사랑을 그 원형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다. 중세의 세계관 속에 모험, 열정, 고뇌가 빚어내는 불가항력적인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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