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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성 변호사
요즘 온 나라가 정치, 안보, 실업 , 불황 등의 문제로 난리이다. 90년대 이후 사회생활을 통해 웬만한 일들은 수없이 겪어 봐서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 같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정치, 경제 등의 특정 이슈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특히 한국적 민주주의에 대한 것이다.

 길게는 1748년 프랑스 법률가인 몽테스키외가 저술한 「법의 정신」에 나타난 권력 분립정신과 미국이 주도한 민주주의 정신을 현재의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담론이다.

 뉴스에는 국무총리라는 분이 성주라는 시골에 내려 가서 주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설명을 하고 다니다가 주민들에게 달걀, 물병 세례까지 받고 6시간가량 발이 묶여 큰 곤란을 겪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국가 방위와 국민의 생명, 안전을 지켜 주는 전략적 무기라면 지역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야 마땅한데, 왜 국가 지도자 제2위에 해당하는 분이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찾아가 머리를 숙이면서 사과를 해야 하는지 그 배경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 볼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련의 사태들의 배경에는 한국적 민주주의 한계의 문제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국가 방위의 전략적 무기를 배치하는 문제는 물론이고, 검사장, 부장판사, 대기업 경영자, 인기 높은 한류스타 등 끊임없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문제에는 한국적 민주주의에 내포된 생래적 결함이 숨어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국가기관, 조직의 리더 및 중대한 업무 결정권자들에 대한 국민의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한국적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결정적 결함이라는 것이다.

 국가 기관이나 사회에서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공적 인사들을 양성하는 시스템과, 이들이 청렴하고 부패와 비리에 노출되지 못하게 평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제도로 완비돼야 한다.

 그런데, 한국적 민주주의는 국가 기관이나 사회의 중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은 국가가 고시제도 등 일정한 방식으로 그 양성과정에 적극 관여하고 있으나, 인사관리, 통제에 대하여는 국민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것이어서 각종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대법관, 검사장, 법원장 등 법조계 고위인사는 물론이고 감사원, 금융감독원, 각종 중앙행정기관장 등 고위 인사에 대한 평상적인 국민에 의한 철저한 통제와 감시 시스템이 너무 부족한 관계로, 국민의 기준에 부합되지 못하는 인성과 실력이 부족한 고위 인사들이 넘쳐 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한국에서 시험되고 있는 한국적 민주주의는 이미 그 제도적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고위직 인사들의 부패를 개인적인 문제로 평가하고 한국적 민주주의 제도 자체의 결함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국무총리, 국방장관이 지방에 내려가 사과를 하러 다니고 부패한 고위 관료들의 사법처리와 같은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일들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더욱 증가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은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국민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이념의 구현은 국가조직의 중요한 인사들을 잘 선발하고 그들을 국민이 평가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원활히 가동해 국가조직에 부패와 비리가 발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국가 권력기관 구성원들에 대한 국민의 통제 시스템을 조속히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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