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뻔했고, 심지어 일부 캐릭터는 용두사미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를 발견했고, 시청률을 건졌다.

SBS TV 주말극 '미녀 공심이'가 자체 최고 시청률인 15.1%를 기록하며 지난 17일 막을 내렸다. 5월14일 8.9%로 출발한 이 드라마의 20회 평균시청률은 12.3%로 집계됐다.

지난 2년여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SBS 주말극은 '미녀 공심이' 덕에 모처럼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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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 남궁민의 재발견·민아의 발견

어린 시절 유괴돼 기억상실증에 걸린 재벌 2세와 별 볼 일 없는 취업준비생이 우연히 엮이며 티격태격 사랑을 만들어가는 '미녀 공심이'는 다음 행보를 내다보기 쉬운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단순했고 낭만적이었으며 시종 말랑말랑했다.

초반에 특이점으로 작용했던 안단태(남궁민 분)의 동체시력도 그다지 활용되지 못했고, 공심이의 얄미운 언니 공미(서효림) 캐릭터는 흐지부지돼버렸다.

하지만 드라마는 남궁민의 재발견, 민아의 발견을 이뤄냈다.

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18일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악역 이미지를 떨쳐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게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20대 후반 남자 톱배우들이 잇따라 군에 입대하고 20대 여배우는 재목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미녀 공심이'는 남궁민이 이전까지 보여준 적 없는 코믹하고 장난기 넘치는 캐릭터로 연기 영역을 확장하게 만들었다.

김 본부장은 "요즘 배우가 너무 없다"며 "이때 방송사들이 기성이든 신인이든 배우를 적극 키워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남궁민이 성공 모델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연기 경력이 일천한 민아는 신선함과 순박함을 무기로 난다긴다하는 여배우들도 못한 시청률 사냥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같은 시간대 등판했던 한예슬, 황정음, 김현주, 하지원 등도 하지 못했던 시청률 사냥을 걸그룹 멤버 민아가 해낸 것.

평범한 외모에 심지어 배우로서는 약점이 될 수 있는 허스키한 음성임에도 민아는 공심이라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리는 데 성공했다.

취업이 안 돼 원형 탈모까지 생긴 '못난이' 공심이를 맡아 민아는 한순간도 예뻐 보이려 하지 않았다. 밥벌이를 하기 위해 24시간 발로 뛰며 고민하는 공심이는 그런 민아를 만나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민아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했던 많은 이들은 그가 '생명과도 같았던' 아이라인마저 지우고, '똑단발' 가발을 뒤집어쓴 채 열심히 연기에 임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 주말극 화제성 이끌어

'미녀 공심이'는 지난 2년 같은 시간대 방송됐던 SBS 주말극의 부진을 털어낸 작품이다.

'내 마음 반짝반짝'의 경우는 2%까지 추락하기도 했고, 30~40대 여성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애인 있어요'도 시청률은 한 자릿수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세스캅2'가 마지막회에서 기록한 11.1%가 가장 높은 성적이었다.

무엇보다 화제성을 이끌었다.

동시간 경쟁하는 MBC '옥중화'가 시청률에서는 '미녀 공심이' 보다 높았음에도, 인터넷에서는 '미녀 공심이'가 화제를 이끌었다.

김영섭 본부장은 "시청률이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되지 못하는 시대에 '미녀 공심이'가 경쟁작에 비해 높은 화제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고, 한심한 백수처럼 건들건들 돌아다니지만 알고 보면 인권변호사인 유들유들한 안단태, 찬찬히 뜯어보지 않으면 매력을 알기 어렵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성실한 공심이는 주말 밤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또 여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공식을 살짝 비튼 착한 재벌 2세 석준수(온주완)의 모습도 이들과 함께 어울려 감정을 순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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