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까지 대형 마트가 상권을 장악했다. 국내 ‘유통 빅3’가 운영하는 백화점도 활개를 친다. 지역 상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도심권에 자리한 전통시장은 더욱 그렇다. 이미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됐다는 얘기도 많다. 대형 유통업계에 골목상권을 잠식당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아우성은 하루도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는 법. 요즘 지역 상인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자신들의 상권을 거대 자본 유통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장 경영 현대화 등 다양한 경쟁력 확보 방안이 그것이다. 지자체도 힘을 보탠다. 상인들과 손을 맞잡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상인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

부천시는 올해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의 해’로 정했다. 부천시의 지역 상권 살리기 전략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부천시는 전통시장 경영 현대화를 통한 시장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이 그것이다. 축산물복합단지와 연계한 ‘신(흥동)·도(당동)·약(대동)’ 프로젝트를 추진해 영상문화산업단지에 전시·판매 융합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전통시장의 개성과 특색 발굴도 하나의 전략이다. 시설과 경영 현대화를 통해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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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시는 전통시장에 대한 일회적 지원이나 시설개선을 넘어 자생력 강화를 위한 축산물유통복합단지 조성 등 차별화된 활성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부천지역 전통시장은 현재 19곳, 1천914개의 점포가 있다. 종사자만 3천9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전통시장 시설은 공영주차장 5곳(26%)과 아케이드 7곳(36%), 고객지원센터 9곳(47%)에 불과하다. 서비스 수준이 열악하다.

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 550억 원을 지원한다. 전통시장 주변 15곳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소사종합시장 116면을 비롯해 강남·부천제일·신흥시장에도 공영주차장을 확충한다. 원미부흥·고강시장에 천막과 LED 경관조명 2개를 설치해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편의를 극대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전통시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현대화 지원사업으로 전통시장 및 지역 상권 활성화 지원본부를 설치해 공무원(전통시장팀) 3명, 산업진흥재단 2명 등 5명이 상인들을 지원한다.

특히 전통시장별 특성화 중점 지원을 중소기업청 공모사업과 연계해 문화관광형시장(역곡상상시장), 골목형시장(부천제일시장, 강남시장), 축산물아웃렛시장(신흥시장), 청년몰시장(원종중앙시장)을 육성한다. 여기에 10월 부천에서 열리는 ‘경기도 우수시장 박람회’에 참여하는 85개 전통시장 지원 방안을 마련해 도내 전통시장 활성화 노력에 개최 지자체로서 한몫할 생각이다.

시는 시장 내 고객 공용 공간으로 푸드코트, 셀프 쿠킹존 등 고객지원센터를 마련해 고객 만족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부천제일·상동시장에서 고객지원센터를 시범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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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제일시장에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해 참석인사들이 개장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안전한 시장 이미지 구축 지원 방안으로는 공용소화기 및 보관함 설치에 2억 원을 지원했다.

전통시장 상인 역량 강화를 위한 경영 혁신사업 지원에도 나선다. 상인대학(2), 공동마케팅(13), 시장매니저(5) 사업을 비롯해 전통시장 상인 리더 역량 강화 교육(벤치마킹)에 힘을 쏟고 있다.

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요 시책으로 온누리상품권 활용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고, 시장 활성화 추진위원회와 상인연합회 총회를 구성해 체육대회 개최와 소식지 발행 등도 지원하고 있다.

#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전통시장 활성화

부천시는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에 나선다. 다양한 생활문화 예술공연과 ‘부천 도란도란 시장 예술단’ 운영, ‘너는 장 보러 마트 가니? 나는 공연 보러 전통시장 간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천에서 열리는 3대 국제축제와 콘텐츠별 접목을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적극적이다. 국제축제 해외 게스트 전통시장 투어 확대, 시티투어 확대 및 외국인 투어코스 운영, 시장 상인 대상 캐리커처 드로잉쇼 등을 진행 중이다. ‘만화도시 부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만화를 접목한 부천형 전통시장 만들기의 한 축이다. 상점당 캐리커처 개발을 통해 디자인을 특화시키는 방안으로 가격 정보 패널, 상품 패키지, 만화 명함, 간판, 진열대 개선 등을 만화가, 대학등과 연계해 디자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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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코트 등 공용공간을 마련한 고객지원센터.
만화가 홍보대사를 통한 스토리형 전통시장으로 특화시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상점, 인근 창작스튜디오 작가 매칭을 통한 ‘만화 홍보대사’를 운영해 만화가가 제작한 ‘만화 무가지’를 인근 아파트 단지에 뿌리고 있다. 원미시장의 스토리형 전통시장이 그 예다.

축산물복합단지와 연계한 ‘신·도·약’ 프로젝트는 오정지역 원도심 상권 활성화 및 특화거리 조성 기획이다. 신흥시장∼약대오거리, 동부하이테크를 연결해 신흥시장 중심의 축산물 전문 판매 시장거리를 조성하는 취지다. 이곳에 축산물 및 부산물 전문 맛집 테마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최대·최첨단 축산물복합단지(2018년 6월 완공 예정)와 공산품 유통단지(동부하이텍 밸리 2017년 12월 준공 예정)를 조성할 예정이다.

축산물 복합단지는 7만2천㎡(3층) 규모로 축산물 원스톱 시스템(도축·경매·가공·보관·판매·시식) 처리시설이 갖춰진다. 공산품 유통단지는 31개 동(지상 5~6층)을 마련해 생산과 판매, 문화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복합시설 공간으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다.

 영상문화산업단지에 중소기업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시·판매 융합센터 건립 계획도 마련했다. 이곳에 전통시장 특성화 전시·판매장과 중소기업 공동 전시·판매장, 중소기업 지원시설을 설치한다.

이용우 부천시 일자리경제과장은 "전통시장 매출이 지속 하락하고, 지원받은 시장도 정체되는 등 지원 성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가림막, 주차장 등 하드웨어 위주의 획일적 시설 개선과 일회성 행사 지원만으로는 시장의 근본적인 자생력 향상에 한계가 노출된 상황"이라며 "전통시장마다 개성과 특색을 발굴해 고객이 즐겨 찾는 매력 있는 시장으로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해 이를 실천한다"고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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