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여자 기계체조의 밝은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는 인천 엘리트스포츠의 샛별 이고임 여자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태릉선수촌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지금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바라보는 것은 욕심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르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에요. 2년 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겨냥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주종목인 도마와 마루운동 결선에 오르는 것에만 집중하겠습니다."

 한국 스포츠계에는 남자 기계체조 ‘양학선’, 리듬체조 ‘손연재’,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여럿 있다. 인천 스포츠에서도 ‘샛별’이 탄생했다. 다음 달 6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한국 여자 기계체조 유일한 국가대표이자 국가대표 최연소인 이고임(인천체육고등학교 1년)이 출전 대기하고 있다.

 한창 태릉선수촌에서 리우 올림픽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 양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에 비해 그 목표는 소박했다. 아니 겸손함 뒤에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의 현실과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는 이 양은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단체전 탈락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자신이 개인전에 출전해 한국 여자 기계체조의 희망을 꼭 보여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혼자 외로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만큼 고독과 싸워 이기는 것과 개인전 도마와 마루운동에서 결선 8명에 속하는 것이 이 양의 리우 올림픽 목표다. 그런 후 올림픽 경험을 살려 2년 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최강 중국과 일본의 벽을 넘어 금메달에 도전하는 플랜을 짜고 있다.

 장래가 유망한 이 양과 기계체조의 인연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엘리트 코스가 아니다. 출발은 의외로 소박했다.

 태릉선수촌 체조훈련장에서 입안에 단내가 날 정도로 지옥 훈련을 하고 있는 이 양의 기계체조 첫발은 인천시교육청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꿈나무 발굴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이 양이 초교 3학년 때 시교육청은 여느 때와 같이 ‘제6회 인천시교육감기 초등학교 체조대회’를 열었고, 이 양은 일주일 정도 체조 연습을 한 후 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운동 중 가장 기초 종목이라 할 수 있는 체조대회를 많은 종목지도자들이 참관했으며, 이들은 참가 학생 하나하나를 살피며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살폈다. 이때 이 양의 체조 실력은 단연 월등했고, 지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1위로 입상했다. 이후 체조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권유와 부모의 허락으로 기계체조 입문을 결심했다.

곧바로 기계체조 육성 초교인 인천서림초등학교로 전학까지 가면서 본격적인 기계체조의 길에 들어섰다.

▲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여자 기계체조의 밝은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는 인천 엘리트스포츠의 샛별 이고임 여자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태릉선수촌 연습장에서 연습 전 테이핑을 하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기계체조를 시작한 후 6년 만에 국가대표로 발탁할 만큼 탁월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이 양이지만 초교 때까지는 그리 출중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중학교 때부터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 양은 중 2학년 때 전국소년체전 여중부 기계체조 마루운동과 도마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손에 쥐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기능적으로 다른 선수에 비해 순발력과 탄력이 좋아 특히 도마는 국내에서 상대할 선수가 없을 정도로 기량이 월등해 지금은 ‘여자 양학선’이라 불리고 있다.

 잘나가던 이 양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 4월께 가장 큰 대회였던 전국소년체전을 준비하는 동안 부상을 당해 5개월 정도 운동을 못 했을 때다. "체중도 불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면서 많이 힘들었다"는 이 양은 "부상에서 회복한 후 조금씩 몸이 만들어지면서 안정을 찾았다. 중 2학년 때 전국소년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는 정말 운동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한다.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부상 없이 모든 훈련을 순조롭게 마쳐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림픽에 임할 것"이라고 이 양은 각오를 다졌다.

 도마에서 비틀기 동작 등 표현력에서 다소 부족하다고 조언하고 있는 진규태 인천체고 기계체조 감독은 "(이)고임이는 아직 너무 어려 친구도 그립고 놀고도 싶어하는 나이인데도 모든 훈련을 잘 소화할 정도로 정신적으로는 성숙한 선수"라며 "올림픽 출전 자체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일 것이며, 아시아에서 도마 종목에서는 그 실력이 견줄 만할 정도라 이번 올림픽에서도 실수만 없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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