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미래에 우리 가족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고, 아들이 살며 손주가 살고 앞으로 우리 후대가 살게 될 곳이 바로 인천이기 때문입니다."

 박정호(55)전 재인강원도민회 회장은 자신을 ‘당연히 인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곳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느냐"라며 "살고 있는 곳이 발전해야 개인의 삶에도 발전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인천에 머무른 햇수는 30여 년. 그 기간 동안 인천이 이룩한 발전과 박 전 회장이 거둔 성공에 대해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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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강릉에서 서울로

박 전 회장은 1961년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는 초등학교까지 다녔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남대천’에서 놀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남대천에서 칠성장어를 잡았는데,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죠. 그만큼 물이 맑았던 겁니다. 하지만 최근에 가 보니 예전만큼 맑은 것 같지 않아 속이 좀 상했습니다." 남대천(南大川)은 강원 태백산맥 동쪽사면에서 발원해 강릉시를 지나 동해로 들어가는 하천으로 물이 맑고, 은어와 칠성장어 등 담수어가 많은 낚시터로 유명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족이 모두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사를 갔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부친이 큰 인물을 만들겠다고 서울로 이사를 결정한 것이다.

 "강릉에서 자동차 부품 가게를 하셨던 아버지는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셔서 폐차장을 하셨죠. 항상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자식들을 위해서 삶의 터전을 바꾸셨으니까요."

# 인천 입성·정착기

"인천이 좋아서 왔습니다." 박 전 회장은 인천에 온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6년 만수동에서 주공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무렵 인천에 왔다. 아는 선배가 인천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함께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선배와 함께 거산주택관리를 운영하다 1993년도부터 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전반적인 주택 관리와 건물 관리를 하다 보니 특정 분야인 수질 관리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수질 관리 분야 전문회사인 브니엘네이처㈜를 만들었습니다."

브니엘네이처㈜는 상·하수도 공사와 공공 하·폐수처리시설 설계 및 시공,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 설계·시공·시운전과 공공하수도 기술 진단, 산업환경 설비·토목공사 등 수질 관리 분야와 설계시공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회사다. 이 회사는 특히 지역 내에서는 가족친화기업으로 소문이 나 있다. 직원들 복지에 신경을 많이 써 주기 때문이다. 가족수당과 자녀 입학금, 배우자 건강검진비, 도서 구입비 등을 직원들을 위해 지급하고 있다.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정해 퇴근시간인 오후 6시 제때에 직원들이 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회사는 2013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인증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인천시로부터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인증서를 받았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을 유지해 지역의 고용 안정에 기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직원 단 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230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재인강원도민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도 펼쳤다.

"2013년부터 2년 동안 재인강원도민회 회장으로 일했습니다. 회장 재임 시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노력했죠. 현재 인천에 살고 있는 강원도 출신은 24만 명 정도로 아직 회원 수가 많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재인 강원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천 곳곳에 자리잡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찾아 함께 인천과 재인 강원도민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인천 1986년에서 2016년까지

"과거 1986년 인천의 모습과 현재 2016년 인천의 모습은 확연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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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인천남동청년회의소 제9주년 기념식.
박 전 회장은 인천이 과거에는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잠자는 곳’과 같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낮에도 밤에도 북적이는 도시로 변했다고 한다.

"올해 말이면 인천 인구가 3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300만 도시는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없을 거라는 얘기도 있고요. 이처럼 인구가 늘어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천이 얼마나 살기 좋은 도시로 변했는지 입증할 수 있습니다. 인천과 같은 도시는 발전할 수밖에 없는 도시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교통 인프라만큼 도시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없는데 인천은 공항과 항만이라는 핵심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안타까움이 있다. TV에 비춰지는 인천의 모습 때문이다. "TV 뉴스에 인천이 참 못 살 동네로 나옵니다. 살인사건에 어린이집 사건까지…. 인천 방송국이 있었다면 사건·사고 뉴스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훈훈한 소식도 전해져 그렇게 비춰지지는 않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심지어 강원 영월·원주에도 방송국이 있는데, 인천은 방송국이 없어 지상파 방송에서 뭐만 잘못했다 하면 다 인천 얘기인 것 같은 기분까지 듭니다. 하지만 실제로 인천에 와 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얼마나 살기 좋은 도시인데…. 그런 방송만 보고 인천에 와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인천은 사람 못 살 데’라고 생각할까봐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인천에 머물던 기업이 타 시도로 이사 가는 것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기업이 이사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인천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려면 일자리가 풍족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인천시의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인들이 와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인천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비전 있는 도시 인천’, ‘세계적인 명품 도시 인천’으로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없을 도시 인천을 건설해야 할 것입니다."

글=조현경 기자 / 사진=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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