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힘들면 여러 분야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 중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분야가 문화·예술·공연계다. 여유로운 삶을 옥죄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연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그만큼 힘겹다. 여전히 경제는 어렵다.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기회를 만드는 기업이 있어서다.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비주류 뮤지션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 문화 소외계층에게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다름 아닌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인 ㈜공감이다. 공감의 김성수(45)대표를 만나 인천의 공연 문화 그리고 ‘공감’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들어 봤다.

▲ 김성수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공감’ 대표.

#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공감’

공감은 2012년 2월 설립돼 2014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를 비롯해 9명의 젊은 직원들이 모여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에 힘을 보태고자 힘쓰고 있다. 틀에 박힌 기존 공연이 아닌 공감만의 독창적인 공연을 기획해 ‘소외계층’에게 제공하는 것이 이 기업의 목표다. 김 대표가 말하는 소외계층은 단순히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공연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비주류 뮤지션들 자체가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저소득 소외계층"이라며 "실력은 좋지만 무대에 설 기회나 경제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거나, 능력을 펼치지 못하고 결국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들을 많이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대표는 공감을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시켜 다양한 공연을 제공하고자 했다. 가장 큰 성과물은 ‘공감 콘서트’다. 공감 콘서트에는 평소 무대에 서지 못했던 뮤지션들의 신청을 통해 출연진이 정해진다.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그들만의 음악을 선보일 기회다.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등 문화 사각지대 소외계층을 무료로 초대해 대중 공연 문화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 나눔의 장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이제 ‘공감’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문화 공연은 우리 기업이 기획한 것이라는 걸 뮤지션들이 인식할 정도"라며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은 언제든 상업 가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좀 더 밖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우리만의 시스템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실패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김 대표가 공감과 함께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힘쓰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 역시 실패를 맛봤다. 오래전부터 공연 기획 분야에서 일했던 김 대표는 1999년 한 유명 가수의 인천 콘서트 기획을 직접 맡게 됐다. 서울에서 공연을 하면 전석 매진인 공연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인천은 ‘기획사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술·공연의 불모지였다. 같은 공연을 하더라도 인천보다는 서울로 가서 보는 경우가 많아 서울과 가깝다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당시 공연 역시 예매율이 40% 정도였지만 공연 당일 현장 판매가 전혀 없었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김 대표는 20대 때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이후 김 대표는 법무사였던 사촌형을 도와 법무사 사무실에서 8년간 근무했다. 그동안 몸담았던 분야와는 전혀 달라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했다.

▲ 공감’이 만든 무대에 선 예술가들

김 대표는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기업을 운영해 나가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본의 아니게 겪은 일들이지만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열리듯 업무적·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사업에 크게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 8년간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덕분에 지금 내공이 많이 쌓였다고 생각한다"며 "기획자는 깊지는 않더라도 다방면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8년이 오히려 세무, 회계, 행정 절차, 인력 관리 등 다양한 지식을 접하게 된 기회가 됐다"고 웃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김 대표는 2011년 마침내 공연 기획 분야로 돌아오게 됐고, 이듬해 어려운 뮤지션들의 공연 참여와 육성을 위해 공감을 창업했다.

# 미쳐 보일 정도로 자신감을 가져라

김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항상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두려움은 창피함을 만들고, 이는 자신감을 없애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보통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주저하게 되고, 하고자 하는 일을 시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실패를 맛보는 것이 두려울 수는 있지만, 시행착오 또한 후에 큰 경험과 자산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믿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감 역시 기존의 공연 형식 외에 다양한 콘텐츠의 실험적인 공연 기획을 이어오고 있다. 공감 콘서트 외에도 ‘7080’ 노래를 주제로 이 노래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발표될 당시 사회적 상황은 어땠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스토리 콘서트 등이 그것이다.

김 대표는 "순수하게 문화뿐 아니라 직원들 급여 문제나 수익 구조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공연·예술 분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 청년세대의 현실과 비슷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이 과정에서 절실함이 없다면 좋은 콘텐츠를 개발해 낼 수 없다"고 조언했다.

▲ 공감’이 만든 무대에 선 예술가들

# 사회적 기업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

보통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가난한 기업,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소규모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아직까지 사회적 기업은 제대로 된 권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사업 콘텐츠를 개발해 사업 진행비를 신청해도 관련 부서 등이 관심을 갖지 않기도 한다.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이 필요한 사회적 기업으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공감에서는 스포츠 마케팅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 다양한 고정 매출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공연 기획사이기 때문에 매니지먼트까지 나아가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

 김 대표는 "기존에 진행 중인 콘서트 외에도 뮤지션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며 "공감 콘서트 역시 인천에 제한되지 않고 ‘한 번쯤은 서 볼 만한 무대’라는 인식이 전국의 뮤지션들에게 자리잡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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